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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채우는 기도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2-01 조회수 : 27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주님 성탄과 공현 시기를 마치고 연중시기로 돌아오는 첫 달을 지냈습니다. 해마다 그렇듯이 성지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뜸해지는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되지만, 그래서 더욱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 때인 듯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새해 첫 달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그야말로 혼란함이 그치지 않았던 시간, 그리고 아직 그 혼란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우리 모두 놓여 있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저마다의 삶의 처지에서 바라고 희망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있겠지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는 안타깝게만 보입니다. 하루 빨리 이 혼란함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여러 가지의 삶의 어려움들을 잘 살펴보면, 마땅히 있어야 할 것들이 없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가늠할 수 있는 것이든 아니든, 믿음이든 사랑이든 마찬가지이고 정의와 원칙인 경우도 있겠습니다. 이 결핍에서 오는 문제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께 이 결핍을 채워주시고자 기도합니다. 복음을 보면 바로 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예수님의 기적 사건이 있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으셨다.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였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요한 2,1-5)

  마땅히 있어야 할 잔치집에서의 포도주가 떨어진 상황에서 극적으로 그 결핍을 채워주시는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 이야기인데, 그 시작은 마리아의 알림과 예수님께로 향한 신뢰를 굳건히 갖는 기도였습니다. 처해 있는 상황을 직시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삼으며 기도하는 것이 현실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향해 비난하고 험담하는 것에만 열중하는 세상에서, 더욱 절실하게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여러 현실의 문제를 겪어내며 참으로 기도하는 참된 신앙인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는 듯합니다. 그래야만 수고로운 봉사로 이어지는 힘도 그분께서 은총으로 베풀어주실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요한 복음이 전하는 카나의 혼인잔치 기적 이야기는 참으로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삶의 무게가 크게 여겨질수록 하느님께서 나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에로 더 집중하려는 기도의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기도가 부족한 공동체를 위해서라도 더 값진 희생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온기를 되찾고 새로움이 시작되기를 다시금 희망하며 성지에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며 충실한 한 달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