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새해의 첫 달을 무탈히 보내셨는지요. 성탄과 공현을 지나 연중시기의 짧은 날들을 보내는 이 맘 때가, 추운 겨울이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는 우리들 마음처럼 금방 스쳐가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달력 한 장 넘기며, 괜히 또 한 장 더 넘겨보면서 설 명절이 지나고 또 한번의 사순을 맞이하게 되면, 그렇게 따뜻한 봄을 만나고 부활을 경축하게 되는 때가 오면, 작년과는 다른 날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여러분들도 그러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우리의 바람을 간직하고 봉헌하며 심적으로 더 기운 내시는 한 달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공동체 전체를 휩쓸고 간,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감염병의 시대가 어느덧 1년이 지났다는 여러 뉴스들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중에는 안타깝고 눈물 나는 사연들도 있고, 한편으로는 우리를 분노케(?)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위기를 겪으며 지금까지의 날들이 지나갔고 그 속에서 우리네 사는 모습도 많이 변했지요. 그 변화에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앞으로의 일상의 모습을 가늠할 수 없기에 닥쳐올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들에 대한 걱정을 가득 안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적어도 우리 이웃 형제들 가운데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우리는 보고 들으며 살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그러한 우리에게 이 말씀은 일면 뼈아프게 들립니다. 우리의 힘들고 어려운 처지와 우리가 겪는 고통의 시간들 안에 신비로이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알아 뵙는 데에, 일년이라는 시간은 아직 짧은 것일까. 풍랑을 만나 죽게 생긴 상황 속에서 태연히 배 안에 누워 주무시는 주님을 시끄럽게도 깨우고 흔들어 대며 살려 달라 소리치는 제자들을 책망하시는 주님의 말씀은 우리를 ‘변화’라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이끌어 주는 듯 합니다.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는 말씀.... 믿음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라기보다, 단순히 생각해서, 제자들이 타고 있던 ‘배 안에’ 그 분께서 계시다는 믿음이 아닐까? 일년이 지나도록 그 현존을 확고히 깨닫지 못하는 내 부족한 실존 안에, 서로를 먼저 배려하고 희생해 주며 어려울수록 빛을 발하는 형재애가 사라져가는 인간관계와 그래서 안타까운 공동체 안에, 주님이 계신다! 하는 믿음이겠지요. 이 믿음은 무조건 주님이 우리를 잘 살게 해주신다는 차원의 기댐이라기보다, 더 구체적인 것입니다. 우리가 처하게 되는 어떤 ‘변화’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함께 계심’을 믿고 받아들이라는 초대이지요. 두려움이라는 것은 어쩌면 변화되는 것을 싫어하거나 그 막연함을 마주하기를 꺼려하며 피해버리는 것에서 오는 것일 수 있겠습니다. 결국 자기 자신의 고집된 신념을 내려놓지 못하는 결과물인 것이겠지요. 저 스스로를 돌아보며 더 많이 배워야 함을 느낍니다.
피할 수 없는 변화되는 현실의 상황 안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두려움보다는 “가거라.”(루카 10,3) 하시는 주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날들이시길.... 새해 명절 풍요로이 보내시고, 사순절 뜻 깊게 시작하시도록 여러분 모두를 위하여 성지에서 기도하겠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김유곤 테오필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