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어농성지 후원회원 여러분 한 달 동안 무탈하셨습니까? 11월 위령성월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전교의 달에 좋은 날씨와 함께 많은 순례자들이 우리 어농성지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성지의 나무들은 화려한 색의 옷으로 환복하여 성지가 참 아름답습니다.
나뭇잎을 밟으며 고요한 성지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요즘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성지에서 이렇게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이야기를 더 자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이, 거룩하고 아름다운 성지에서 매일 눈뜨고 잠들 수 있음이,
아름다운 낙엽의 색을 느낄 수 있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음이 행복을 매일매일
전해주는 요즘입니다.
우리는 위령성월을 맞이했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떠났지만 ‘하느님의 은총’을 영원히 받기 위해 연옥에서 정화의 시간을 맞이한 영혼들을 위해 기도드리는 달입니다. 저는 요즘 순간순간 돌아가신 분들이 자주 생각납니다.
벌써 돌아가신지 30년이 넘었지만 장손이라고 어린 저를 끔찍이 사랑해 주시고, 오랜만에
뵈어도 환한 미소로 늘 웃어주시던 친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제가 신학교에 입학을 한 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저를 위해 촛불을 켜시고 묵주기도를 바쳐주시고, 사제서품식 때 가장 기뻐하셨던 외할머니도 생각이 많이 납니다.
함께 땀 흘리며 농구하고,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도보로 성지순례를 함께 했던 친구도 생각납니다. 평소 안부를 물으며 가끔 만나 소주잔 기울이던 형제님도 생각이 나고, 어농성지에 봉사를 오시다가 젊은 나이에 병으로 먼저 떠난 자매님도 생각이 납니다.
길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그 동안 죽음으로 이별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저의 죽음을 묵상합니다. 저도 죽으면 이 아름다운 성지를 더 이상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겠지요?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할 것입니다. 내가 죽으면 누군가도 나를 떠올리고 나와 함께한 추억을 기억해 줄까?
세상을 떠난 영혼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나의 차례이지만 내일은 너의 차례가 될 거야. 그러니 살아 있는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자주 행복을 느끼고 소중한 모든 것에 감사하라고 말입니다.
어농성지 후원회원 여러분. 내일은 우리의 차례입니다. 11월 위령성월에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며 동시에 ‘나의 죽음’을 묵상합시다. 선배들의 말씀에 귀를 더 기울입시다. 나의 차례가 찾아와서 후회하고 아쉬워하기 전에 지금 더 사랑하고 감사하며 기쁘게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