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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죽은 이를 위한 기도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1-01 조회수 : 45

11월 위령성월입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묵상하면서 우리보다 앞서 하느님 품으로 가신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거룩한 시기입니다. 특별히 ‘영혼의 안식처’로 자리하고 있는 우리 남한산성 성지이기에 많은 분들이 기도와 미사를 봉헌하십니다. 그분들의 기도와 미사지향을 확인하고 말씀을 들으며, 꼭 주의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사람은 이 지상에 사는 동안 안녕을 바라며, 아무런 고통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리스도인들도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불행을 조상의 죄 탓으로 돌리고, 그것이 대물림되어 가문의 계보까지 유전되어 자신의 대와 후손에게까지 미친다는 ‘가계치유’ 이설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종교는 ‘인간의 고통과 불행을 어떻게 피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우리가 적극적으로 극복해야 할 고통도 있지만, 성장을 위해서 받아들여야만 하는 고통도 있다. 또 욥기에 나타난 것처럼 우리가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고통들이 이 세상 안에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 주신 것처럼 부활의 영광을 위한 십자가의 고통이 있다.

  그런데 무조건 고통을 외면하고 피해야만 하겠다는 ‘가계치유’의 기도와 태도는 교회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것이다. 더욱이 고통과 불행의 원인을 환경 탓, 조상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삶의 주체인 자기 자신과 이성과 자유, 책임을 주신 하느님을 거스르는 일이다. 우리가 겪는 불행과 어려움을 조상 탓으로 할 것이 아니라, 주님의 자비와 은총에 힘입어 자발적인 회개와 노력, 또한 끊임없는 영적인 투쟁으로 극복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해성사는 물론이고 미사 중에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하고 고백 기도를 바치면서, 모든 죄의 원인이 나 자신의 의지와 자유에서 시작되었음을 하느님께 고백하고 자비를 청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현세적 행복에 머무르지 않고 영원한 행복을 추구하는 희망의 종교이다. 현세의 물질적 가치보다도 초월적이고 영적인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그것을 추구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인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세상 창조 때부터 준비한 하느님 나라’(마태 25,34참조), 곧 “어떠한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 것들을”(1코린 2,9) 위하여 천상 것을 추구한다. 비록 현세에서 고통과 불행을 겪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은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로마 8,18참조; 2티모 2,11-12) 여기며 현세의 어려움을 십자가로 극복한다.

  <죽은 이를 위한 올바른 기도 -‘가계치유’의 문제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2011. 인용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지상 교회와 천상 교회의 친교 안에서 교회가 보전해 온 아름답고 거룩한 유산입니다. 올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함은 마땅한 일이겠지요. 많은 유혹을 이기고,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모든 신앙의 영역에서 충실한 신앙인이 되어야겠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기에도 좋은 이 곳 성지에도 방문하시고 기억하는 연령들을 위해 기도하며 우리 자신의 현세의 삶을 다시 굳건히 하시는 날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