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지면을 통해서 인사말 드린 것이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조금은 열기가 식어가는구나 했었는데 9월 중순이 지나는 한가위도 덥게 보내셨지요. 놀라운 것은 아무리 기온이 평년보다 높다 해도 계절의 변화는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뜨거운 햇살이 가시지 않는 것 같지만 조금씩 나뭇잎의 색이 변해감을 보게 되고, 불어오는 바람 속에 느껴지는 향기도 푹푹 찌던 그 날들과는 달리 새로움을 가져다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남한산성 성지에서 봉헌하는 순교자 현양미사를 마치고 나니 이제 진짜 가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곳 성지의 자연은 더욱 변해가는 그 경관을 드러낼 것입니다.
방금 말씀 드린 이 놀라움이라는 것은 늘 신비롭게만 여겨지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이렇게 보이지 않지만 이루어지는 자연 절기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삶의 이치일 것인데, 때가 되었는데도 그에 합당한 기상(氣象)적인 요소들이 맞추어지지 않으면 여러 차원에서의 피해들이 일어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자신의 몫임을 보게 되는 것이지요.김유곤 테오필로 신부 이러한 일들이 생겨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 또한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알리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 세상을 위하여 많은 경각심을 갖도록 독려하고 있고, 우리 교회 역시 앞장서서 하느님이 마련하신 자연을 깊이 보전하기 위한 실천과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성지에 찾아 오셔서 고해성사에 임하고 미사 안에서 성체를 영하십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마찬가지의 신앙생활의 큰 부분인데, 그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신앙의 신비로움을 다 채워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은총의 샘인 사랑의 성사에 참여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면, 성사를 통해 받은 보이지 않는 은총을 그야말로 나의 것으로 삼고 누리기 위한, 부합해 나가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기도생활입니다. 마치 자연 절기가 흘러가며 이제 한 걸음 나아가야할 시기가 되었는데도 여러 요소들이 부합되지 않으면 합당한 변화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과 같겠습니다. 실제로 매번 같은 내용의 고해성사를 드리게 되어 본인 스스로도 신앙의 부딪힘을 느끼는 교우들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저를 포함하여 우리가 그러하기도 하지만, 같은 죄를 짓더라도 기도가 받추어준다면 그 죄를 통한 결과는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내 스스로 느끼는 마음의 짐도 하느님의 이끄심 안에서 바뀌어질 수 있습니다. 성사와 기도는 함께 가야 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성체 앞에 머무르는 시간을 가지시라는 것입니다. 성당에 가셔서 조배실이나 성전 감실 앞에 잠시만 앉아있는 일입니다. 상당히 어렵게 생각되기도 하는데, 매일 저녁기도 후 5분만 눈을 감고 하느님을 마음에 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습니다. 내 생활의 틈새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되실 지도 모릅니다.
묵주기도 성월, 성모님과 함께 열심히 정진하는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달에는 많은 단체 순례객들이 성지를 방문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