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는 순교자의 피로 건립된 성전입니다
설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깊은 절).
특별히 죽산성지 모든 후원자분과 그 조상들, 후손들께 주님께서 충만한 은총으로 갚아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제가 성지에 있다 보니 ‘성지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물론 성지를 관광 차원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인이라면 성지에 올 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와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저는 성지 자체가 그리스도의 피가 뿌려진 ‘거룩한 제단’이란 생각이 듭니다. 성지에 올 때 성당에 들어온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제단에서는 우리의 영적 양식이 만들어지고 성당에서는 그 양식이 우리에게 제공됩니다.
옛날 일본의 한 천민 아이가 사무라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사무라이는 귀족만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성주가 새로운 성을 짓는데 그 성 기둥에 들어갈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소원을 기꺼이 들어준다고 합니다. 일본엔 기둥에 사람을 넣고 성을 지으면 그 성이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오랜 믿음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그 기둥에 들어갈 테니 아이를 그 성에서 사무라이로 교육해 달라고 청합니다. 성주는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성이 다 지어지자 약속대로 아이는 귀족 아이들과 함께 사무라이 교육을 받습니다. 그러나 귀족 아이들의 괴롭힘이 너무 심해서 밤에 도망치기로 합니다. 몰래 성을 빠져나가던 중 어머니가 들어있다는 기둥을 만납니다. 그는 기둥을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의 죽음이 헛되게 되기 때문입니다. 몇 번이고 이런 일이 반복되었지만 결국, 그 아이는 기둥을 지나칠 수 없었고 끝까지 참아내어 일본의 유명한 사무라이가 됩니다. 우리의 모든 힘은 바로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옵니다. 육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식물이건, 동물이건 어떤 생명체의 죽음에서 나오는 힘입니다. 부모도 자녀를 위해 피를 흘리며 자녀에게 힘이 되어줍니다. 어머니가 들어있던 기둥은 아이에게 끝까지 버틸 힘을 주었습니다. 이를 위해 어머니는 죽었고 아이는 그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나오는 힘을 받았습니다.
성지란 바로 이 어머니가 들어있는 기둥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성인들의 피가 흐르는 곳입니다.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우리가 힘을 얻는 곳이 성당이라면, 성지 또한 성인들의 피로 힘을 얻는 성전입니다.
후원회원님!
지금처럼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성인들께서 피 흘림으로 남겨놓은 힘을 얻기 위해 성지로 오십시오.
이곳에 머무시면서 힘차게 살아갈 새로운 힘을 충전시켜 다시 한번 나아가십시오.
주님께서 순교자들을 통해 주시는 생명의 에너지가 여러분과 그 가정에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