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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성지 신자 글

2024년 9월 15일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0-01 조회수 : 82

 모든 문장의 끝맺음엔 마침표를 찍는다. 앞 문장과 내용이 다르거나 연장이어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살다 죽음에 이르게 되면 어떻게 마지막을 표현할지 생각해본다. 

 더 이상 호흡을 하지 않습니다, 라는 선고일까. 의학적으로 모든 의료기기가 작동하지 않으니까 사망한 것입니다, 라는 차갑게 선을 긋는 전달일까. 

 동생은 8월 29일 부천성모병원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섬망증세가 자주 있어 긴장이 되었다. 혹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장면 때문에 경건하고 거룩한 세례의식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휠체어에 탄 동생 옆에서 숨죽이며 살폈다. 동생의 얼굴을 덮었던 병색이 사라졌다. 미사 내내 홍조를 띤 환희의 표정으로 몰입하고 있는 모습에 안도할 수 있었다. 연신 미소를 지으며 식구들을 대했고 도움을 준 신부님과 수녀님들에겐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새로운 이름, 베드로로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세례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치의의 브리핑이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알려줬고 척수를 타고  돌아다니는 암세포가 몸의 구석구석에 붙어 더 이상 의료지원은 환자를 괴롭힌다고 했다. 동생의 허망한 눈빛과 흐느낌에 가슴이 시렸다. 

 통증은 점점 심해져 최강의 진통제의 효과도 엷어져만 갔다. 수면 중에 가끔 눈을 뜨면 두리번거렸다. 하루하루가 위태로워 지켜보는 것도 괴로웠다. 나는 임종경을 반복했다. 눈을 뜬 동생은 소리가 나지 않는 말로 앉으라고 했다. 그리곤 엷게 웃어보였다. 

 9월 15일. 나는 이날을 잊을 수 없다. 통증에 시달리던 동생은 이날 새벽에 떠나고 말았다. 이제 고통이 없는 곳을 향해 달려간 것이다. 4월에 시작한 투병은 5개월째 접어들면서 끝났다. 동생의 삶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동생은 투병 중에 천주교로 입교를 했고, 베드로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고, 떠나기 며칠 전병자성사를 받았으며, 임종경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그 다음엔 임종후 기도를 들으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 발짝을 떼었다. 입관예절도 경건하게 했고 또한 출관예절도 치렀다. 동생이 간곡히 부탁한 장례식도 천주교양식으로 조용하게 마쳤다. 마지막은 동생이 원한 가족공원의 잔디에 유골을 묻어주었다. 나는 동생과의 약속을 지켰다. 굴곡이 있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린다. 

베드로야,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