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색하게 하소서
가을로 들어가는 달입니다. 가을에는 많이 공부하고 사색하시길 두 손 모아기도 드립니다.
지난달 ‘페이융’의 금강경, 법화경, 반야심경 등을 보았습니다. 페이융은 중국의 불경 연구가로서 수천년 이어온 지혜의 보고인 불교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해석하는데 30여 년의 세월을 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페이융의 금강경은 만물이 어떤 법칙에 따라 운행하는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인생의 마지막에 대한 비밀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며 인생은 금강경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합니다.
가지지 못했을 때는 가지고 싶고, 얻고 나면 지키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입니다. 가지고 싶을 때 실패를 걱정하고, 지키고 싶을 때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입니다. 초조함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심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금강경에 분명히 제시되어 있습니다. 바로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대상에 대해 더 이상 집착하지 않으면 외부의 그 어떤 것도 내게 위협이 되지 않고 불안, 걱정, 두려움을 주지 못합니다. 진실한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 창조의 활력을 충만하게 가질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초조함에 고통받으며 살지 않고 자유와 창조 속에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모두의 선택입니다. 때 되면 태어나고 때 되면 죽습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됩니다. 이것이 인연이고 운명인 것 입니다. 그러니 그 무엇에 집착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도 나의 제자가 되려면 부모, 형제, 자매 모두를 버리고, 전도할 때는 지팡이 외에는 돈도, 옷도 모두 버리라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대상에 대한 집착은 하느님께로 가는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입니다.
페이융은 법화경을 통해 ‘절망하지 말고 우울해하지 말라, 모든 것에는 문이 있다. 네 마음속에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가 있다. 그리고 그 어떤 어려움도 너를 묶어 둘 수 없다.’ 하며 독자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법화경에는 부처님이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상황, 어떤 사물도 당신을 구속할 수 없으며, 그 모든 것에는 문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 문은 우리를 향해 열려 있고, 우리가 그 문을 가볍게 밀고 들어가기만 한다면 다른 세계가 보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깨달을 것이고, 이 세상에 막다른 길은 없다는 것을, 어디에든 출구가 있고 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원하고 자신감과 용기가 있다면, 그저 한 발 내딛기만 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에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빠져나올 수 있다 말합니다. 특히 법화경은 불타는 집에 대한 비유를 통해 위태롭고 갈팡질팡하는 인생길에서 빠져나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영원한 생명에 머물려거든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영원한 생명은 마음의 걸림과 혼돈이 없는 영원한 지복의 상태입니다. 이 상태를 누리기 위해서는 좁은 문 즉, 내면의 문으로 들어가라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 삶의 모든 문제와 해결이 우리 내면에 있음을 알라는 것입니다.
페이융은 마음이 지치고 심란할 땐 반야심경을 읽으라 합니다. 반야심경은 260자밖에 되지 않지만 인간 삶의 모든 문제에 답한다고 합니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몹시 힘든 일입니다. 저마다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벤즈린 시인은 인간이 ‘달팽이처럼 집을 등에 업고 살고 있다.’ 했습니다. 집뿐만 아니라 일, 건강, 돈, 책임, 명예, 사랑, 미움, 권력 등 수많은 것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종교적, 심리학적, 의학적, 경제학적 답안들이 있지만 우리의 인생은 여전히 녹록지 않고 고해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고, 물결이 밀려오듯 수많은 문제들이 연달아 닥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힘들고 피곤한 것입니다.
반야심경은 말합니다. 우리 인생에 ‘해답은 없다.’ 세상의 모든 문제들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은 오직하나 ‘해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해답이 있다고 믿고 그 해답을 찾아 헤메느라 고통받고 있는 것입니다.
반야심경은 이런 우리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말합니다. 어딘가에 의지하려 하지 말고 오직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라고, 바로 이 순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존재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존재의 진정한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어야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진정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회개하라 말씀하십니다. 회개란 우리의 의식 곧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생각이 바뀌면 몸도 세상도 변합니다.
반야심경의 처음은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말하고 끝에서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를 말합니다. 굉장히 난해하고 많은 공부가 필요한 말씀입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 색즉시공과 공즉시색은 말 그대로 현실이 곧 공이고, 공이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의 빈 무덤 사화와 함께 묵상해 보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는 일종의 주문으로 가자가자 저 높은 곳으로, 깨달음을 향하여 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예수님께서 전도 여행을 하시며 제자들에게 “자! 일어나 가자”라는 말씀과 일맥상통할 듯합니다.
마음공부 하기 좋은 10월입니다. 성경이 조금 지루하다 느껴질 때 불경을 공부해 보는 것 또한 좋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부처님보다 지구에서 600년 후에 태어나고 사신 분이지만 두 분 모두 깨달음을 얻은 참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024년 10월 마음공부 하며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