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순교자성월을 맞이하면서 순교자들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고 싶었을까?” 순교하면 천국에 간다는 믿음이 당연히 있었겠지만 죽음은 너무 무서운 것 아닙니까? 예수님도 “피할 수만 있으면 이 잔을 피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하셨는데 순교자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박해시기에 순교한다는 것은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그 집안이 몰락할 수 있는 일입니다. 보통의 용기가 아니면 순교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천주교를 믿는 것은 임금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니 반역죄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로마제국에 반역하였다는 죄목으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것처럼 순교자들도 온갖 치욕과 수모를 당하며 비참하게 돌아가신 것입니다. 어디서 그 놀라운 힘과 용기가 생겨났을까? 죽음이 두렵지 않았던 것일까? 정말 죽고 싶었던 것일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것을 애써 억누른 것은 아닐까? 본당에서 몇몇 봉사자들과 등산을 한 적이 있습니다. 높지 않은 산이었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더웠습니다. 어찌어찌 정상까지는 갔는데 같이 간 신자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저 때문에 고생을 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미안하다 했더니 괜찮답니다. 힘든 걸 알고 온 거니까 괜찮답니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죠. 건축기금 마련을 위해서 바자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애써 준 봉사자들한테 고맙다고 했더니 괜찮답니다. 고생하고 싶어서 봉사한 거라 괜찮답니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순교자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까요? 네. 그들은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죽고 싶었던 것입니다.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믿으면 죽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죽음이 무섭지 않고 오히려 죽음을 기다렸던 것입니다. 우리들은 어떻습니까? 살고 싶어서, 잘 살고 싶어서 믿고 있지 않습니까? 죽으려고 믿었던 그들, 순교자들의 믿음을 묵상해 봅니다. 순교는 강요가 아니라 기쁨에 찬 선택으로만 가능합니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