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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신앙의 행위들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9-01 조회수 : 151

뜨거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있는 듯합니다. 솔솔 바람이 불어오고, 순교의 향기가 가득할 때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시기입니다. 길었던 무더위에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무더위 탓인지 성지를 찾아오시는 발걸음도 부쩍 줄어들었던 시간들이었는데, 순교자들을 기리는 분들의 행렬을 다시금 기다려봅니다. 
  남한산성의 순교자들 가운데 복자품에 오르신 한덕운 토마스 순교자를 모두 아실 것입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홍낙민 루카와 최필제 베드로를 비롯하여 많은 순교자들의 시신을 위험을 무릅쓰고 거두어 돌보아 주는 모범을 보이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다보면 구약의 인물들 가운데에서, 한덕운 토마스 순교자와 같은 활동을 했던 한 의인을 보게 됩니다. 바로 자선과 선행의 필요성과 고귀함을 삶으로 드러내었던 ‘토빗’입니다.
  토빗은 이스라엘의 암흑기인 강대국 ‘아시리아’로의 유배시절, 오순절 축제를 지내며 아들 토비야에게 말합니다. “얘야, 가서 니네베로 끌려온 우리 동포들 가운데에서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잊지 않는 가난한 이들을 보는 대로 데려오너라. 내가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려고 그런다.”(토빗 2,2) 토비야는 나갔다가 돌아와 아버지 토빗에게 전합니다. “아버지, 누가 우리 백성 가운데 한 사람을 살해하여 장터에 던져 버렸습니다. 목 졸려 죽은 채 지금도 그대로 있습니다.”(토빗 2,3) 토빗은 이 이야기를 듣고 슬피 운 다음 시신을 거두어다가 해가 진 후 나가서 묻어줍니다. 그리고는 이웃들의 비웃음이 전해집니다. “저 사람이 이제는 두렵지가 않은 모양이지? 전에도 저런 일 때문에 사형감으로 수배되어 달아난 적이 있는데, 또 저렇게 죽은 이들을 묻는구먼.”(토빗 2,8) 이미 토빗은 니네베 주민들의 고발로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도망쳤다가 전 재산을 임금에게 몰수당한 과거가 있었던 것입니다(토빗 1,19-20참조). 
  토빗의 행동과 처지가 한덕운 토마스 순교자와 참으로 비슷한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역사와 시대를 초월하는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물론 토빗에게 있어서는, 유배지에 끌려와 이방인들 사이에서 고된 시간을 겪고 있는데 억울하게 죽음까지 당한 동포들에 대한 연민과 아픔의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또한 한덕운 토마스 순교자에게는, 당시 유교적인 시대상 안에서 죽은 이에 대한 장(葬)을 중요시 여겼기에 그냥 버려진 시신을 거두는 것을 같은 신앙인으로서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일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한 활동은 천주교의 교리를 깊이 믿으면서 이를 가장 올바른 도리라고 여긴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한덕운 토마스 최후진술) 
“누구든 가난한 이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마라. 그래야 하느님께서도 너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않으실 것이다.”(토빗 4,7-토빗의 유언) 
  모두,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 말씀을 충실히 따르며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근본이었음을 봅니다. 그 굳건한 근본 바탕 위에서 내 자신의 모든 행위들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행하는 자선과 선행은 물론이고, 우리의 부족한 사언행위마저도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주는 날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순교자들로부터 더 많이 배우며 조금씩 더 두터워지는 신앙을 쌓아 가시는 한 달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순교자들을 기리는 좋은 시기, 성지에도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