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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의 관계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8-01 조회수 : 130

올해도 벌써 절반 이상 지나갔음을 보며 문득 놀라게 됩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이 참 빠르구나 하는 생각이지요. 하루가 별 일없이 그냥 흐르는 날도 있지만 근심 속에 무거운 시간으로 채워지는 날들도 있고, 하느님의 이끄심을 체험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치는 날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마침도 분명 같은 하루임을 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하신지요. 같은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신앙생활이라는 것도 아주 익숙해져 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세월이...... 그만큼이나 시간만 쌓여갈 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겠지요. 때문에, 성지를 찾아오시는 순례객들에게 나름의 묵상거리를 전해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성지에 오시는 순례객들과 매일 미사에 참례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자주 드리는 말씀 가운데 하나가, 신앙의 여정을 살아가며 제일 중요한 근본이 바로 ‘하느님과의 관계’ 맺음이다! 하는 것입니다.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는 근본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아주 긴밀하고 내밀한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나 자신만이 그 관계에 충실할 수 있고 반대로 소홀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나 외에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할 수도 없고, 그래서 계속해서 유보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 자체를 외면하거나 잊어버리고 살아간다면, 우리 신앙의 여정은 형식적으로만 지나가고 그저 시간만 쌓아가는 날들이 되어 감을 어쩌면 우리는 이미 체험했을지도 모릅니다. 복음은 이 관계의 참된 모범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마태 11,27)
  성자 그리스도와 하느님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고백이자 우리에게 주어지는 본(本) 가르침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앎’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다는 것은 서로에 관한 지식을 공유한다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임을 뜻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 받아들이기 위해 서로에게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것, 이것이 관계를 맺는 핵심인 것이지요. 그리스도와 아버지와의 관계, 또한 우리와 주님과의 관계는 이렇게 ‘내어줌’과 ‘받아들임’에 있습니다. 이 성경 말씀에 비추어서 내 자신의 신앙 행위와 기도의 내용을 다시 살피게 됩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많은 것을 청하고 필요한 은총을 간구하며, 여러 가지 것들을 채워주시도록 우리의 원의를 기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신앙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우리 신앙의 여정은 올바른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홀로 하느님이신 그 분께로 한 걸음씩 걸어가는 일이기에, 하느님께 무언가를 청하는 일 뿐만 아니라 내 자신이 하느님을 위하여 그분께 ‘내어놓고’ 그분의 뜻을 ‘받아들이는’ 일들에도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땅의 수많은 순교자들과 신앙 선조들이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바쳐 그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신앙생활에 익숙해지는 만큼 우리 모두 중요한 것을 기억하는 것도 놓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더운 날씨 속에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