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우리의 빛!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충만하시길 빕니다. 이번 겨울은 제법 눈도 많이 오고 춥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하느님의 자비로운 보호 아래 머무시길 바랍니다.
지난 대림 1주일을 시작으로 우리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이 시기를 보내면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는 희년의 주제를 종종 생각하며 묵상합니다. 우리는 분명 천주교인입니다. 우리가 받은 세례와 우리 안에서 머무시는 성령께서 우리를 증언하여 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천주교인이 아닌 것처럼 살아갑니다. 우리의 삶이 하느님을 증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는 물음은 우리에게 자부심과 긍지가 되기도 하지만 부끄러움과 무거운 짐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어중한간 상태로는 희년을 지내도 희년이 주는 기쁨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순교자들의 삶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들은 우리처럼 미사에 자주 참례해 보지도 못하였으며, 말씀을 듣고 교리를 배울 기회도 많지 않았지만 우리보다 더 용감했습니다. 또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기도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하고 쉽게 생각해버리는 우리와 달리 박해라는 처참함을 경험하면서도 우리보다 더 굳건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의 상황에서 미사참례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은총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미사에 온전히 참여하게 될 날을 희망하며 자신을 거룩하게 하였고 미사참례 후에는 얻은 은총을 잃지 않기 위해 말과 행동을 삼가 조심하였습니다. 또한 미사 참례보다 낫다고 해도 말씀과 교리 공부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들은 말씀과 교리를 잊지 않기 위해 마음에 깊이 새기고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은총과 진리에 깊이 일치할 수 있었으며, 그 참된 원천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힘과 용기로 무장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언제나 세상에 승리한 사람처럼 살았고 또 승리하였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그들 마음에 하느님께 대한 간절함과 희망, 그들의 삶에 하느님께 대한 충실과 성실로 가득 차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순교자들의 이러한 삶은 천주교인이 무엇인지를 드러내줍니다. 그들이 드러내는 천주교인은 하늘 나라를 그리워하고 하늘 나라를 희망하며, 하늘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아버지이심을 알고 자녀로서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예수님과 같은 모습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는 순교자의 후손이며, 천주교인인 우리가 살아야 할 분명한 모습입니다. 이를 살 때, 우리는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는 물음 앞에서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영광과 행복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순교자들과 같은 마음과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신앙이 종이 위에 종교를 드러내는 표시 정도로 그치지 않고 이 세상에 사랑의 거룩한 자국이 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영광이지만 우리 뒤에 올 세대에게도 희망과 기쁨이 될 것이며, 우리의 이러한 노력으로 하늘 나라는 이곳에서 더 분명하고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그때 사람들은 하느님을 천국에 계시다고 말하지 않고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시다고 말하게 될 것이며, 그분의 나라가 죽음 뒤나 저기에 있는 것이라고 알지 않고 자신의 삶 안에 있음을 체험하며 살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을 위해, 또 그때를 위해, 충실히 하늘 나라를 그리워하고 하늘 나라를 희망하며, 하늘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삶을 삽시다. 그리하여 우리가 천주교인이라는 사실이 자신에게는 영광, 세상에는 기쁨이 되게 합시다.
한동안 따뜻해지더니 아직은 겨울이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나 봅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도합니다.
손골에서
이건희 안드레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