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한국 천주교회는 전대미문의 혹독한 박해를 겪어내면서도 교우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올바른 신앙생활을 위한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노력들에 도움이 되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교회서적, 교리서와 신심서를 읽고 그 가르침을 익히는 것이었습니다. 한문으로 쓰여진 서학서를 한글로 번역하고 그것을 필사하거나 목판 인쇄를 통해 보급하는 작업은 그런 차원에서 교회발전에 이바지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초기 교회 교우들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사회적인 상황 안에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신심서적들을 나누어 읽고 묵상하고 공동체가 함께 모여 나누고 실천사항들을 서로에게 독려하였던 점들은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지는 선조들의 큰 모범이라 생각됩니다.
그렇게 우리말로 번역된 한문 서학서들 가운데, <선생복종정로> 라는 책이 있습니다. ‘선생복종정로’란 ‘일상생활에서 교리의 가르침에 따라 착하게 살다가 복되고 거룩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올바른 길을 가야한다’는 뜻으로, 선한 삶(善生)과 복된 죽음(福終)으로 향하는 올바른 길(正路)을 말하는 것입니다. 신앙으로서 살아가는 이들이 마땅히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삶의 주제가 되겠습니다. 일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충실한 신앙생활을 하다 복된 임종으로 마침내 천당영복에 이르는 바른 길, 곧 사주구령(事主救靈 하느님을 받들어 섬기며 자신의 영혼을 구한다)하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임을 스스로 깨치도록 하는 교회의 신앙서적인 것입니다. 이러한 서적이 언제 어떻게 한국교회에 전해졌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더라도 그 내용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자서(自序), 상권, 하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상권은 총 7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수신지법(修身之法) 곧 ‘자신을 수양하는 법’부터 시작합니다. 아마도 유교적인 영향이 있었으리라 생각되지만 영혼을 구하는 일이 가장 중대한 일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연이어, 집안을 다스리는 법, 그리고 천주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묵상하는 법, 교회서적을 읽고 강론을 듣는 법, 죄를 푸는 고해하는 법, 성체에 대한 해설과 미사성제의 신묘한 은혜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권을 보면 성모공경의 은혜와 묵상, 전구에 대한 설명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공로를 잊을 수 없음, 그리고 마지막 복된 죽음을 맞이하는 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길에 충실하기 위한 상세적인 가르침을 삶으로 익히고 새기고자 노력했을 신앙의 선조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밖에도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세부목록들을 읽다보면 그 내용 뿐만 아니라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가르침 안에 담겨있는 확실함과 단호함입니다. 어떤 선택이나 협상의 영역은 전혀 없는 분명하고 분명한 가르침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신앙으로 향한 확고함이 아닐까. 너무나 많은 것에 있어서 망설여하고 참으로 애쓰고 노력하는 것에 미적거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도록 이미 우리보다 앞서 신앙의 길을 가신 분들의 가르침들이 우리를 독려하는 듯합니다. 자신을 성찰하고 이웃을 돌보며, 거룩한 미사와 성사에 참례하고 죄를 멀리하여 참된 하느님의 자녀로 성장해 가는 시간들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는 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예수성심성월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