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었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발견한 영상에 시선이 멈춰버렸다.
외국사람이 찍은 영상이었다. 부스스한 머리에 윤기가 없는 노인이 화면 가득히 비췄다. 팔순이 넘은 노인에게 초로의 여인이 묻는다.
엄마, 내가 누구야?
몰라.
엄마 딸인데도 몰라?
딸이 주소를 아느냐고 물었지만 노인은 둔탁한 목소리에 표정도 없이 어눌한 발음으로 모른다고 한다.
곧 노인의 윗옷을 가리키며 무슨 색깔이냐고 했더니 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노인은 이미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치매환자였던 것이다. 무엇을 물어도 다 모른다거나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딸이 하느님을 아느냐고 했다.
알아. 나를 구원하시고 나를 돌봐주셨고 나를 집에 데려다 주실 분이야.
노인은 정확한 발음으로 어순도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앞에서 말을 붙이는 딸과의 관계도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하느님을 똑바로 알고 있다는 모습은 놀라운 광경이었다. 하느님에 관해 대답을 마친 노인은 이내 자신만의 세상으로 빠진 듯 멍한 표정으로 딸이 아닌 허공을 바라다 봤다. 오랫동안 하느님을 믿으며 살아온 결과일 것이다. 예수님의 포도나무가지 비유가 노인에게서 재현되었다. 내 곁에 붙어있으라고, 그래야 가지가 말라버리지 않고 잘 자란다는 당부가 노인에게 각인되어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며 포도나무가지처럼 잘 자라도록 스스로 관리를 했을 삶은 감동이었다.
멀쩡한 정신을 가진 예수님의 제자도 몇 번씩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했음에도 노인은 흔들림 없이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