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언제나 보이는 곳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나는 여행을 시작하며 3월 10일에 먼저 출발했다.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고 또 그 시간이
주는 행복이 있었다.
거장인 화가 피카소가 태어났고 유년기를 보냈다던 말라가, 스페인 남부의 해안도시. 나는 기대를 하고 3박을 말라가에서 지내기로 했다. 피카소미술관, 피카소생가, 말라가대성당 방문을 목표로 정했다. 오후 2시쯤 도착해 숙소에 짐을 놓고 길을 나섰다. 성곽은 올라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사진만 찍었다. 그 옆에 피카소미술관이 버티고 있었다. 야자수가 가로수였고 제각각 멋있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해가 질 때까지 올드타운을 걸었다. 숙소로 돌아오다 만난 피카소생가, 온라인예약이어야 입장을 할 수 있고 그 날은 제한된 인원으로 입장을 할 수 없다고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래도 겉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음 날 말라가대성당으로 갔다. 웅장하고 고혹스럽긴 했지만 너무 낡아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고 오디오가이드를 신청하려고 서비스가 되는 언어를 살폈다. 중국, 일본은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어서 순간 애국심이 발동했는지 기분이 상해 돌아서고 말았다. 성당 옆의 광장에서 굉음이 들렸다. 아마도 며칠 남자 않은 부활절 야외행사 준비를 하는 모양인지 건축자재들이 널려있었다. 기대와 실재는 달랐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말라가는 딱 하루만 좋았다.
여행 6일차에 작은 딸을 밀라노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말펜사공항에 약속시간보다 세시간이나 먼저 도착했다. 낯선 곳에서의 만남이라 더욱 반가웠다.
밀라노에서 2일차에 밀라노대성당투어를 선택했고 테라스투어인 지붕꼭대기 오르는 것도 신청했다. 혼자서는 엄두를 낼 수 없었을 텐데. 밀라노두오모성당은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다. 건축기간은 450년이며 19세기 초에 완공되었다. 특히 135개의 종탑과 2000여개의 성인 조각상이 있는 곳이다. 승강기로 올라가 계단으로 내려오는 시스템이라 힘들지 않을 거라고 딸아이가 말했다. 승강기에서 내리자마자 모든 사람들은 합창을 하는 것처럼 감탄을 연발했다. 다들 발짝을 떼지 않고 서있는 자리에서 눈앞의 광경에 흠뻑 빠져든 모양이었다. 뾰죽한 종탑의 꼭지점, 눈에 익은 성인들을 세세하게 표현한 조각상, 발아래 펼쳐진 두오모광장과 손톱보다 더 작게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육중한 돌지붕을 몇 백 년이나 떠받히고 있는 기둥들. 모든 게 신비스럽다.
내려가는 계단의 수는 254개. 나의 시원찮은 무릎이 버틸지 걱정이 되었지만 천천히 내려갔다.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무릎이 삐걱거렸다. 성당으로 내려와 내부를 감상하면서 발짝 떼기가 불편했다. 그 후 몇 시간이나 다리가 후들댔지만 딸이 걱정할까봐 말을 하지 않았다.
3일차인 주일. 나는 여행하면서 숙소에 도착하면 근처 성당을 검색한다. 마침 3분 거리에 바실리카성당이 있어 그 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리기로 했다. 아침에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두오모 뮤지움에 갔다. 성인조각상의 미니어쳐, 목재로 제작한 두오모성당이 인상에 남는다. 미사시간이 되어 바실리카성당으로 향했다. 밀라노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연한 색깔의 천장프레스코화가 소박하지만 위엄이 있었고 신자들 대부분이 현지인이라 안정감이 있었다. 주님은 보이는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지만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주님을 향한 마음이 간절하면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을 만나게 됨을 깨닫게 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