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는 날들
며칠 전 딸 둘과 만났다. 밥을 먹고 긴 수다를 떨다 각자 흩어졌다.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많은 상념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사십대 중반이 가까운 딸들, 나는 올해 칠순의 나이가 되었다. 얼마나 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맑은 정신으로 누구의 도움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날을 계산하면서 씁쓸했다. 그 아이들과 함께 있는 날은 얼마나 될까. 요즘은 누구나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마음대로 갈 수 없다. 하루에도 여러 곳이 떠올랐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한다. 나는 위안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투브를 검색해 눈으로 즐기는 방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업이 사라져가고 있다. 가이드를 하던 사람들은 일하던 곳에 남아야 하는지,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따라 귀국을 해야 되는지를 고민하였을 것이다. 언젠가는 바이러스가 소멸되어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남아 있는 쪽을 택한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라이브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거나 여행했던 곳을 찾아다니며 방송을 하고 있다. 나는 내가 다녀온 곳을 찾아 영상으로 더듬으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오늘은 우연히 영상을 하나를 발견했다. 일 년간 유라시아여행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초, 중, 고를 다니는 아이 셋과 같이 떠나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 아이들이 나중에 부모와 함께 지낸 날들을 기억으로 남겨주려는 목적이었다. 삼년간 준비를 했다고 한다. 중고 작은 버스를 장만해 울산에서 포르투갈로 가서 되돌아오는 힘든 여정이다. 작은 버스 안에서 잠을 자고 밥을 하는 모습은 다섯 명의 천사들이었다. 존중에서 시작된 배려와 사랑을 일 년간 실천하여 끈끈한 가족애를 만들었다.
사는 방법은 다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추구한다면 그 인생은 성공이다. 누군가는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고생을 성장의 기회로 승화 시키는 삶은 소중한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을 하면 자기의 길을 찾아 떠난다. 함께 할 수 있는 날은 점점 줄어든다. 삶이 팍팍해 질수록 가족애는 점점 엷어지고 무심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함께 있는 날들이 많아지기 위해 자신을 가꾸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경숙 멜라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