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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농성지 신부님 글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루카 24,15-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2-01 조회수 : 162

예수님께서 낙심하고 엠마오로 돌아가는 제자들에게 다가가시어 함께 걸으시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 주셔서 제자들은 부활의 기쁨을 얻게 되었다. 교황님과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하는 시노달리따스’(=함께 걷다)의 주제에 맞추어 이번 어농성지 프로그램의 주제는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이다.

갑진년 새해 첫 토요일 아침. 가방을 등에 메거나 바퀴달린 캐리어를 손으로 끌며 아이들이 어농성지로 들어온다. 쌀쌀한 기온이지만 환한 얼굴과 높은 톤의 목소리는 한여름의 정오보다 더욱 밝다. 아이들의 등장과 함께 세 마리의 어농지기들도 우렁차게 짖어댄다.

1년 만에 다시 실시하는 찬양캠프와 복사학교로 우리 어농성지에 활기가 돋는 요즘이다. 천국은 어린 아이들과 같은 이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순수하고 단순하며 활기찬 아이들이 가득한 이곳 성지가 천국이 아니면 지상의 하느님 나라는 어디란 말인가? 공부와 학원에 시달리며 어두운 일상을 살아가는 아이들, 층간소음 때문에 집에서도 마음껏 뛰어 놀 수 없는 아이들에게 성지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찬양캠프와 복사학교는 여는 미사로 시작된다. 미사 때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열창하는 찬양의 소리는 이 세상 어떤 호산나’(=환호의 소리)보다 벅차오르는 감동을 준다. 매 끼니 식사를 할 때 마다 치러야하는 식사 전.후 기도의 소리에서도 행복한 맛이 느껴진다. 순교자 묘역에서 묵상을 하는 어린이들의 거룩한 모습, 형구전시장에 올라가서 끔찍한 고문의 도구들을 바라보는 두려움의 눈빛, 기도문으로 랩을 하는 아이들과 눈 쌓인 성모동산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몸짓, 얼음판에서 썰매를 끌어주고 썰매 타는 기술을 익혀나가며 땀 흘리는 아이들의 표정까지 어느 것 하나 하느님 보시니 참 좋았다는 말씀에 위배되는 것들이 없다.

또한 어농 천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천사들이 있다. 그들은 녹색 옷을 입고 명찰을 목에 걸고 다닌다. 미사 시간에도, 교육 시간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도, 심지어 아이들이 아파할 때에도 녹색옷의 천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한다. 방학과 휴식의 시간을 봉헌하고 직장에 휴가를 신청하거나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서도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성지에 들어오는 청년 스텝들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천사들이 확실하다.

나는 어농 천국에서 아이들과 천사들과 함께 행복한 한 달을 보냈다. 이곳 성지에는 예수님도 계시고 순교자님들도 계시다. 예수님의 파견을 받은 녹색의 천사들도 있고 천국의 주인공들인 아이들도 있다. 새롭게 시작되는 2월 한 달도 천국에서의 삶의 기대와 희망이 나를 설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