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2023년이 사라지고 2024년이 된다. 한 해를 보내며 많은 상념이 든다. 뭔가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너그럽지 못해 작은 것 하나도 포용하지 못했다는 후회, 욕심이 앞서 중요한 것을 잃고 말았다는 괴로움,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기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유난히 씁쓸하기만 하다. 그러면서도 뻔뻔스럽게 새해엔 달라지리란 기대를 하게 되도 또 한 해가 끝나갈 무렵이 되면 지금과 같은 이유로 아쉽기만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가끔 형제들과 오래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각자가 기억하는 조각은 서로 달라 황당해지기도 한다. 성장하면서 사소한 문제로 형제간 오해가 생겨 다툰 적이 빈번했지만 성장과정 중 당연한 현상이건만 아직도 그때에 머물러 미움을 버리지 못한 모습에 당황스럽다. 유독 누구에게만 부모님이 편애가 있었다며 노년에 접어들었어도 서운한 감정에 휩싸여 나이만큼 내면의 성장이 더딘 것 같아 답답함을 느낀다.
시간은 존재했다가도 빠르게 흘러간다. 인간이 어떠하든 시간은 야박하게 지나가고 있다. 그 흘러 보낸 시간 속에 마음도 흘러버린다면 늘 새로움으로 다가드는 시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한참이나 지난 시간 속에 있었던 일들은 붙잡고 억울함에 빠져 어둠 속을 방황하는 어리석음을 알지 못한다면 행복한 삶이 될 수 없다. 가슴에 한이 서린 보따리를 버리지 못하고 새 해가 되어도 여전히 어둠 속에 갇히게 된다.
예수님께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묵은 때가 덕지덕지 붙어 버겁기만 했던 한 해를 과감하게 내려놓고 새 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맞도록 자신과의 약속을 하며 기도를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