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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 신부님 글

양근성지에서 온 편지 12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2-01 조회수 : 257

+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들 기쁨으로 곡식을 얻으리라!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12월 인사 올립니다. 2023년을 마무리하는 달입니다. 보다 알차고 성실하게 살며 열매 맺는 12월 되시길 바랍니다.

양근성지 후원 가족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는 이 순간 너무 아름답습니다. 컴퓨터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고,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너무도 푸르러 그 안에서 수영이라도 하고픈 마음입니다. 지금은 그야말로 겨울 속의 가을을 온통 즐기고 있습니다. 겨울 속의 가을도 곧 끝나겠지만 온전히 오늘을 즐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요즈음 성지 주변에 공사 소음이 가득합니다. 이유는 성지 주변 환경부 소유의 숲을 수자원 공사 주도로 명상의 숲길을 조성하기 때문입니다. 성지 주변 숲이 새롭게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여간 기쁜 게 아닙니다. 우리 후원회 가족들도 따뜻한 봄날 순례를 오시어 한 번 걸어보시길 강추 합니다.

128일 수원 교구 서품식이 있습니다. 이날은 다른 날과 달리 굉장히 의미 있는 날입니다. 고향 본당 두 분의 부제님이 사제로 서품되시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제님 중 한 분은 주일학교 친구 아들이고, 군 생활을 양근성지 옆에서 한 인연으로 더욱 애정이 가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부제님들의 사제 서품 한 편으로는 즐겁지만 한 편으로는 먹먹한 기분이 듭니다. 지금 세상에서 사제로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선배 사제로서 조언 아닌 조언을 한다면 분명한 목적을 갖고 신자들과 함께 살며 가르치려 하지 말고 나누는 삶을 살고, 신자들의 대표가 아닌 신자들 안에 녹아드는 소금 같은 사제가 되시길 바랍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하늘나라는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각자의 능력에 맞게 달란트를 주고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각자의 능력에 맞게 하느님으로부터 달란트 즉 재능과 능력을 받고 태어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하며 기쁘게 사는데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자신의 의지가 아닌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요구에 따른 직장 생활과 인생은 황량할 뿐입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로 선택한 직장에서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은 늘 감동과 설레임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혹은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감동과 설레임이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분명 성공한 사람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성지 신부로 미사를 드리고, 전국 곳곳에서 오는 순례객을 맞이할 때 설렘과 감동이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과 인연이 될까?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오후 내내 성지를 쓸고 닦고 난 후 담배 한 대 피우며 바라보는 성지는 그야말로 감동입니다. 그리고 주일 미사 후 성당을 청소하고, 성지를 둘러 본 후 봉사자 누님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또한 큰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설레임 입니다. 가끔 고춧가루를 잔뜩 뿌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 또한 큰 즐거움입니다. 우리 모두 감동과 설레임이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자크라캉은 자신의 욕망이론을 통해 자기의 시간을 살고, 자기의 욕망을 욕망하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곧 진정한 자기가 되고,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묶여있고, 끌려다니고, 갇혀있는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하십니다. 십자가란 삶의 고통과 아픔이 아닌 삶의 목적입니다. 자기 삶의 목적이 있는 사람은 우울하거나 좌절할 틈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이루어야 할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또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탑을 세우려고 하면,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 그러지 않으면 기초만 해 놓은 채 마치지 못하여, 보는 이마다 그를 비웃기 시작하며, 저 사람은 세우는 일을 시작만 해 놓고 마치지는 못하는 군 할 것이다.

우리 인간은 각자의 재능과 능력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자기의 한계를 알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를 뛰어 넘고 초월하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란 말은 결코 마땅하고 옳은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기 능력 밖의 일과 목표는 하루빨리 포기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이 최고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자신과 타인과의 싸움으로 인생을 낭비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울 때 자기 병력의 수를 헤아려 자기 병력보다 많으면 평화 협정을 청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군사 만 명을 가진 임금과 군사 이만 명을 가진 임금이 싸우면 군사 이만 명을 가진 임금이 백전백승한다는 말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군사 이만은 우리 자신의 허물과 타인의 허물을 말합니다. 우리 각자는 혹은 타인들 모두는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밀과 가라지의 비유처럼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의 단점을 없애기 위해 싸우지 말고 오히려 자신의 장점을 살리라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자신과 타인과 싸워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저 자신과 타인의 단점을 지켜보고, 주시하며 거리를 두고 알아차림 하는 것뿐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과 타인과 싸워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꼴값하며 생긴대로 살았으면 합니다.

 

 

202312월 겨울 속에 가을 가득한 날에.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