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3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우리의 용기를 위한 캠프, 라는 영화다.
우크라이나에 손녀와 사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손녀와 밥을 먹으며 전화를 받는 할머니, 대화의 내용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을 위로하는 장면이다.
손녀와 할머니는 오스트리아의 알프스산맥으로 캠프를 떠나기 위해 짐을 싸고 있다.
열 살인 손녀는 야무지게 자신의 소지품을 가방에 넣는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할머니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혼자 할 수 있다고 사양하는 아이의 표정이 다부져 보인다.
캠프에 참여하는 초등학생과 부모들이 알프스에서 일정을 시작한다. 암벽타기를 연습하며 서로를 응원한다. 캠프에 대한 기대가 컸던 손녀는 모든 교육과정을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가파른 암벽을 보자 두려움이 생긴 손녀는 갑작스럽게 포기를 한다. 집에 있을 걸 괜히 왔다며 울음을 터트리는 손녀의 모습에 당황스러운 할머니는 아이를 다독여 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교관은 손녀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위로를 해준다. 암벽타기를 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며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고 속삭인다. 그 사이 제일 나이가 많은 할머니는 암벽타기에 성공을 하고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다.
다음 날은 강에서 수영하기인데 손녀는 물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티지만 교관과 일행들은 조용히 기다려준다. 한참 후에 용기를 낸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물장난을 하게 된다.
손녀는 2015년 폭격이 있었을 때 엄마를 잃었다. 생후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은 손녀는 파편더미에 깔려 한쪽 무릎 밑을 절단하게 되어 의족을 끼고 생활한다. 할머니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아기인 손녀를 정성껏 돌보며 살고 있다. 손녀를 자신의 햇살이라고 부른다. 자신에게 손녀의 햇살이 닿아 어둡지 않게 살게 되어 감사하다며 해맑게 웃는다.
캠프의 교관중 몇 사람은 퇴역군인이며 중동전에 파병되어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봉사를 하게 된 동기는 자신이 쏜 총에 맞은 사람들 중에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들의 사망이 늘 가슴을 짓눌렀다고 한다. 아이들의 영혼에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내었고, 캠프봉사가 참회라며 눈물을 흘린다.
캠프에 참여하는 아이들, 부모들도 앞으로의 삶이 평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좌절도, 슬픔도, 막막함이 있을 미래를 살기 위해 용기를 가지려는 것이다.
캠프의 마지막 일정은 가파른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손녀는 발짝을 뗄 수 없는 두려움에 포기를 하게 되지만 교관의 설득에 용기를 낸다. 밧줄을 잡고 천천히 암벽을 오르는 손녀를 향한 일행들은 응원과 정상에 오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정상에 있는 십자가를 향해 기도를 드리는 할머니의 환한 얼굴과 포기하지 않고 정상을 정복한 땀범벅이 손녀의 얼굴은 천사였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음으로 상처가 아물어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되는 것, 누군가를 도우며 자신의 상처까지 치유를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 용기를 주신 하느님의 뜻을 묵상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아직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종전이 되어 다시 평화가 찾아 올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