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성지

Home

성지회보
기사

양근성지 신부님 글

양근성지에서 온 편지 8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8-01 조회수 : 216

+ 놓아라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8월 인사 올립니다. 지난 7월 무척 덥고, 습하고,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7월과 8월은 성지 순례객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지 신부님들 사이에는 7월과 8월을 여름 방학이라고 합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매일 미사를 하고 성지 관리는 기본으로 성지에 방문하는 사람 수가 적을 뿐 해야 할 일은 더 많습니다.

오늘 저녁 기도를 하고 편안한 옷을 입고 순교자 광장에 난 풀들을 뽑았습니다. 요즈음 저녁 먹고 한두 시간 순교자 광장에서 풀도 뽑고, 흙도 정리하고, 땀을 내는 것이 일상입니다. 참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꾀가 나기도 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일복이 많을까?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무엇을 하며 살아야지 고민하며 우울해하는 사람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7월에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기상이변과 장마가 겹쳐 많은 비가 왔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수해를 입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단 한 순간도 안전하고, 안정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늘 깨어있으며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면 안 될 것입니다.

지난 7월 장마로 충주 댐을 열었습니다. 양평지역은 다른 지역처럼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성지 앞 남한강이 바다처럼 출렁거렸고, 이로 인해 양강섬 순례길에 만나는 양강섬 부교가 두 동강이 났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양강섬 부교는 성지에서 순교지로 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빨리 복구되어 양강섬 순교지를 순례하고, 기분 좋게 산책할 수 있도록 빠른시일 안에 양강섬 부교 통행이 정상화 되었으면 합니다.

요즈음 텔레비전과 신문, 인터넷에서 양평 고속도로 문제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 이익만을 쫓지 않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저녁 성무일도 성경 소구는 베드로 전서 38절에서 9절의 말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한 마음을 품고 서로 동정하고 서로 형제처럼 사랑하며 자비심을 가지고 겸손한 사람들이 되십시오. 악을 악으로 갚거나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축복해 주십시오.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이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축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묵상하며 성지 위원장님 내외와 가족들 그리고 성지 봉사자 누님들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참으로 인복이 많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신부로 살 수 있는 것은 주변의 좋은 분들 때문입니다. 특히 오늘은 위원장님과 봉사자 누님들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지난 7월 중순 위원장님 칠순 미사와 모임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감동이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손자들이 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와 연주, 그리고 노래 선물은 함께한 모든 이에게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도 있듯이 위원장님과 아드님은 신앙 안에서 늘 기도하며 살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란 손주들은 큰 열매를 맺는 나무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하늘 어디까지 잘 자랄지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우리 위원장님은 아내와 아들, 손주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존중합니다. 참으로 배우고 따르고 싶은 부분입니다. 제가 좀 속이 좁기 때문인가 봅니다.

우리 성지의 꽃이신 흰머리 소녀 봉사자 누님들은 열길 마다하지 않고 매주 성지에 오셔서 미사 후 화장실이며, 성지 곳곳을 아무런 불평 없이 열심히 청소하십니다. 그래서 양근성지는 항상 깨끗하고 정갈하다 입소문이 난 것 같습니다.

성지에 해설, 반주, 성가를 봉사하고 싶다는 분이 참 많았습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주일 미사 후 함께하는 청소 시간을 거의 견디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양근성지 봉사자가 되고자 하는 분은 적어도 3년간 주일 미사 후 함께 청소를 해야 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진짜 봉사입니다. 그래서 성지의 꽃이신 봉사자 누님들이 한없이 이쁘고 맑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을 보다 보면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창세기이고, ‘아가서일 것입니다. 성경은 우리 인간의 마음에 대한 비유입니다. 그래서 성경이 말하는 남자는 인간의 의식을 상징하고, 여자는 인간의 무의식을 상징합니다. 그러기에 성경에서 남과 여의 만남은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인 것입니다.

아울러 성경에 보면 약은 청지기에 대한 비유가 나옵니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 중 하나입니다. 청지기가 주인에게 쫒겨 날 처지가 되자 주인에게 빚을 진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 줍니다. 법률 용어로 횡령과 배임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주인은 청지기를 칭찬해 줍니다. 왜 그럴까요? 청지기가 탕감해준 돈과 재물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닌 영적인 것 입니다. 다시 말해 청지기가 탕감해 준 돈과 재물은 우리 인간의 나쁜 기억과 생각입니다.

우리가 자유롭고,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거의 100% 이유는 나쁜기억과 나쁜 생각과 함께 동거하기 때문입니다.

무더운 여름이 계속됩니다. 적당히 땀 흘리시고 시원한 물에 샤워하시며 나쁜 기억과 생각을 몰아내시길 바랍니다.

20238월 한여름 밤 에어컨과 함께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