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성지

Home

성지회보
기사

수리산성지 신자 글

마지막 여정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8-01 조회수 : 147

 

리스본을 떠나 마드리드로 향했다. 25년전쯤 패키지투어로 왔었지만 버스로 관광명소만 들려 기억이 생생하지 않았다. 낮에 도착해 짐을 풀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도시는 매우 밝고 생기가 있었다. 넓은 길과 고풍스러운 큰 건물들이 줄지었고 사람들의 표정도 매우 환했다. 중심가에 숙소가 있어 수시로 들락거렸다. 큰 마켓 입구에 자리잡은 노숙자는 장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잔돈을 노린, 일종의 전략인 듯 했다. 문을 열 때 와서 문을 닫을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오가는 사람들도 경계를 하거나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하고 거리로 나왔다. 광장엔 조명이 낮처럼 밝고 화려했고 인파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무대에서 울리는 흥겨운 음악에 사람들이 따라 부르며 춤을 추고 있었다. 경찰에게 물으니 부활축제라고 했다. 공연은 자정이 가까워서야 끝이 났고 사람들은 질서를 지키며 흩어졌다.

둘째 날은 스페인의 옛 수도인 톨레도에 갔다. 25년 전에는 언덕에 있는 톨레도대성당을 가려면 걸어야했지만 이젠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힘들이지 않고 갈수 있었다. 톨레도대성당은 고딕양식으로 건축되었고 예술적으로도 높이 평가를 받는다. 성당 내부엔 여러 예배당이 있으며 다양한 양식의 벽화와 엘 그레코가 그린 작품이 유명하다. 프랑스 왕이 선물했다는 황금성경이 전시되었다. 톨레도대성당은 중세사회의 기독교, 유대교와 무슬림사이의 갈등이 일상적이리만큼 지속된 역사 속에서 독특한 문화적요소를 갖췄다. 건축양식에서 그 배경이 나타나 있었다. 특히 천장에 구멍을 뚫어 빛이 내부를 환하게 비춘다. 대성당을 중심으로 구시가지의 고풍스런 건물과 골목이 이어져있다. 우리는 골목을 지나 전망대에 가기로 했다. 따가운 햇살에 언덕을 오르다 중간에 포기를 하고 점심식사를 했다. 톨레도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식당의 테라스엔 사람들로 붐볐다. 전망대 정상까지 오르지 못해 아쉬웠지만 테라스에서 본 풍경으로 그런대로 만족해하며 마드리드로 발길을 돌렸다. 톨레도의 일몰풍경과 야경을 보지 못해 서운했지만 언젠가 기회가 있으리란 희망을 품었다.

마지막 날은 주일이었다. 숙소 근처인 산호세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그리고 프라도미술관과 재래시장을 둘러봤다. 1213일의 여행은 끝나가고 있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졌다.

내가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곳을 다 보여줄 수 있었고 천주교신자로서 꼭 가봐야 할 곳을 가기위해 최선을 다했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또 낯선 곳에서 새롭게 하느님을 만난 것도 축복이었고 이끄심을 따라 미사참례를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한참은 그리움으로 남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