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전반전을 무사히 치른 모든 분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축구경기도 후반전이 끝나야 끝이라고 말할 수 있듯이 올 한해 남아있는 후반전의 삶을 응원하며 오늘도 어농성지 후원회원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한다.
이 세상에 ‘죽음의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자주 말한다. 왜일까? 세상 모든 이가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는데 왜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 매일매일 뉴스를 통해 쏟아지는 소식들은 우리의 마음을 차갑게 만든다. 국가와 국가 간의 위협과 전쟁, 약자에 대한 강자의 횡포,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들의 비판, 가난한 이들에 대한 부자들의 해코지...
죽음을 향한 인간들의 범죄는 비단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찾아오시기 전부터 이미 살인, 낙태, 간음, 폭행, 사기 등의 죽음을 향한 질주는 점점 속도를 높여왔다. 1,000년 전에도 전쟁은 일어났으며 100년 전에도 살인은 비일비재하였다.
인간의 죄의 결과일까? 지구는 너무너무 아파하고 있다. 생태계는 무서운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강물은 오염되었고, 바다거북이가 쓰레기에 의해 죽어나간다. 기후의 변화로 우리는 올 여름 엄청난 무더위와 싸워야 할 것이며, 올 겨울 살벌한 한파로 얼어붙게 될 것이 예상된다.
어농성지에 살면서 가장 크게 느끼고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생명에 대한 체험들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산비둘기가 열심히 노래하고 있다. 사제관 주위에도 벌들과 개구리, 파리와 새들, 심지어 뱀까지 쉬는 날 없이 찾아온다. 예초기를 돌려 깔끔해진 마당의 잔디와 풀이 건강히 살아있다며 소나기 한 번 내림으로 키가 쑥쑥 자란다. 논의 벼들은 짙은 녹색으로 바뀌었다. 제비를 비롯하여 셀 수 없이 많은 새들은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
예수님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주시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셨다. 십자가 위에서 죽기 위해서가 아닌 영원한 생명을 위한 부활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셨다. 예수님의 자녀인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결국 ‘생명’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생명의 문화’는 온 땅에 깔려있다.
‘생명의 양식’인 성체와 성혈로 나를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모시고 오늘도 다짐해본다. 생명 자체이신 예수님과 함께 이 세상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 땅의 모든 청소년 여러분! 생명이신 주님과 함께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많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죽음의 문화에 빠지지 말고 우리가 직접 주님은 우리의 생명이시라는 진실을 어른들에게 알립시다. 그렇게 하여 우리 모두 영원한 생명을 차지합시다.
어농지기 박상호 바실리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