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느님의 소리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7월 인사 올립니다. 푹푹 찌는 여름 건강하고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주일입니다. 주일 오후 2시 미사가 끝나면 60이 넘은 봉사자 자매님들과 성전과 화장실, 순교자 광장을 청소합니다. 물론 청소 중에는 성전 입장과 화장실 사용이 금지됩니다. 그런데 오늘 미사가 끝난 후 한 참 청소 삼매경에 빠졌는데 중년의 자매님이 성전을 들어가게 해달라며 떼를 썼습니다. 저는 규정상 청소 중에는 ‘성전출입 불가’라고 이야기했음에도 안하무인입니다. 한 손에는 주교회의 성지 순례 책자를 들고 있었습니다.
성지 사목을 하며 제일 힘든 것이 ‘순례도장’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입니다. 그들은 왜 순례책자 도장을 찍는 것에 목숨을 거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성지 규정은 따르지도 않으면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의 일과 남의 일, 그리고 하느님의 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 들은 남입니다. 그리고 팍팍한 현실과 자연은 모두 하느님의 개입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할 일을 외면한 채 남의 일과 하느님의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일은 내가 하고 남의 일은 남이 하고,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이 한다는 사실입니다.
요즈음 전 세계적으로 마약 문제로 크게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청년들이 마약에 빠져 몸과 마음을 망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오늘날 젊은 청년들이 마약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하느님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내면세계 안에서 하느님을 찾을 때 결코 마약의 유혹에 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과 함께하는 기도는 흥분 없는 엑스터시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매 순간 하느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구약 성경에 엘리아 예언자는 왕을 피해 동굴 속에서 여러 날 동안 하느님의 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엘리아 예언자는 천둥 번개가 치고, 지진이 일어나는 동안 하느님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소솔 바람이 불 때 하느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천둥 번개와 지진, 소솔 바람은 모두 비유입니다. 하느님의 소리는 천둥 번개와 지진이 의미하는 분노 속에서 들리지 않고, 소솔 바람이 의미하는 조용한 침묵 속에서 들려 옵니다. 그러니 일상의 삶 안에서 분노, 우울, 짜증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모두 도둑과 강도의 소리로 여기고 조용한 성당이나 장소에서 눈을 감고 머무를 때 들리는 소리는 하느님의 소리인 것입니다.
한 생각이 우리를 도둑과 악마로 만들고, 한 생각이 우리를 예수님으로 만듭니다. 그러므로 무엇이 도둑과 악마의 소리인지, 무엇이 하느님의 소리인지 분별하는 분별심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삶이 어렵고 힘들 때 하느님의 뜻을 찾습니다. 과연 하느님의 뜻이 있을까요? 저는 하느님의 뜻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세상과 우리 인간을 만들고 이렇게 살라 저렇게 살라 한다면 하느님은 분명 독재자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믿는 하느님은 사랑과 자유의 하느님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뜻은 우리의 의식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생각과 믿음으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이 우리를 지키시고, 이끌어주시고, 보호해주시고, 치유해 주신다는 굳은 믿음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사는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2023년 7월 굳은 믿음으로 걸으며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