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 살면서 심심치 않게 소소한 병치레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응급실에도 2번 정도 갔었고, 맹장이 터져서 수술 받으면서 3-4일 정도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고, 작년에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격리 병원에서 1주일간 격리를 당한 적도 있었네요. 그 이후로 기력이 빨리 방전되는 후유증도 있는 것 같네요. 올해는 괜찮다가 5월 중순부터 감기가 걸려서 꽤 많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기침으로 인한 갈비뼈 부근의 통증 – 기침을 심하게 하면 갈비뼈가 금이 갈수도 있다는 사실을 진료중에 알았네요- 무엇보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서 미사를 드리는 것이 답답했지요. 4주간 정도 목소리가 현찮아서 소곤소곤 하는 수준으로 미사를 드리다 보니 순례오시는 신자분들에게 많이 죄송했습니다. 조금 톤을 높이면, 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갈라지는 현상이 심해서 곤란하더라구요.
처음에는 보건소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었지요. 곧 낫겠지했는데, 아니더라구요. 그 다음으로는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지요. 이젠 괜찮겠지 했는데, 또 아니더라구요. 이런 상황에서 주일 미사를 조금은 트인 목소리로 봉헌을 하고, 인사를 드리는데, 자주 오시는 신자분이 빨리 나으세요.. 하셨어요... 그분은 암투병하는 분이셨지요.. 저야 감기인데요... 감사합니다... 걱정해 주셔서...하면서 인사를 드렸지요. 그러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당신의 건강 챙기는 것도 버거우실 수 있는데, 신부의 건강을 걱정해 주시는 마음을 주셨기 때문이지요.
다음 날, 다시 저는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도-폐렴을 확인하고자- 찍고, 다시 처방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안되겠다 싶어서 또 병원에 가서 수액을 1시간 30분에 걸쳐 맞았습니다.
암투병하시는 분이 저를 다시 병원으로 가게 하신 것이지요. 연중 11주일(가해)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12제자들을 뽑으시고, 파견하시는 장면입니다. 파견하시면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라는 사명을 주시지요. 그리고 앓는 이들을 고쳐주고, 죽은 이를 살리고,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라고 하셨습니다.-마태 10.7-10-
저에게 빨리 나으세요.. 하신 신자분은 저의 아픔을 직접 고쳐주시지는 않았지만, 저를 병원으로 가게 해 주셨습니다. 그분은 예수님의 제자로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저에게 선포를 훌륭하게 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의사가 아니기에 병을 고칠 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은 이를 살리는 것은 더더욱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요.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하고, 마귀 들린 이에게 가까이 가는 것은 겁나서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지요. 해서 나와 무관한 사명이라고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약자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입니다. 약자를 도와야 하는 사몀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는 구체적인 모습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앞서 말씀드린 암투병하시는 신자분처럼 알게 모르게 이웃에게 힘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고, 평화를 가져다주는 거룩한 행보를 할 때가 꽤 많이 있습니다. 실천했던 그 행보를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그리 살도록 사명을 주신 예수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뽑힌 제자임을 확인하시기 바라며 기도합니다.
빨리 나으세요...라는 표현이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는 일성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