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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 신부님 글

양근성지에서 온 편지 6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01 조회수 : 189

+ 진실에 대하여

시원한 아이스 커피가 땡기는 6월입니다.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 건강한 여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진실함에 대해서 묵상해 봅니다

저에게 예수님은 참으로 진실한 분이십니다. 예수님에게는 한 점 거짓도 없고, 속임도 없는 겉과 속이 똑같은 참으로 진실한 분이십니다.

진실성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인간의 긍정적 성품입니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을 위선적으로 왜곡하지 않으려는 정직하고 솔직한 태도를 뜻합니다. 진실성은 친밀하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의 기반입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사람은 신뢰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진실성과 신뢰는 서로 촉진적인 관계를 지니며 인간관계를 심화시킵니다.

진실성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의 내면적인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 ‘자신에게 진실하라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잘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이 내면의 성숙과 행복의 핵심을 이룹니다. 거짓되고 위선적인 삶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에 근거합니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진실성을 인생의 중요한 가치로 여깁니다. 거짓은 어떠한 의미나 가치도 지니지 못하는 공허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정 진실함 속에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실성은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져 왔지만, 진실한 삶을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일은 두려운 일입니다. 주관적인 평가와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실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깊고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인간의 진정한 동기가 무의식적인 것 이어서 잘 인식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대다수 사람들이 진정한 자기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기방어에 의해서 왜곡된 것이라고 여깁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학자들은 자기를 사회적 규범과 요구에 의해서 형성된 일종의 공허한 가면과 역할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진실성은 진정한 자기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자기성찰과 자기수용의 깊이를 반영하는 인격적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현대인이 진실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진실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불안, 우울, 절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혐오하기 때문에 그러한 감정을 유발하는 자기 존재의 진정한 모습을 외면하면서 다른 존재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하이데거와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이러한 삶의 모습을 진실하지 못한 실존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러한 자기기만은 진실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자유와 책임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자유와 책임을 회피하는 다른 방법은 대중의 가치에 영합하는 것입니다. 대중적인 삶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은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편안하고 안전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삶의 방식은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삶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그것은 자기 존재의 잠재력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자유와 잠재력을 포기할수록 이렇게 사는 건 아닌데...’ 하는 실존적 죄책감은 더욱 커지게 마련입니다.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러한 죄책감을 용기 있게 직면해야 한다고 하이데거는 말합니다. 사회적인 가치와 관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단지 대중의 방식을 쫓아가기보다는 주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키르케그로 또한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대중으로부터 떼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예수님은 참으로 진실한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진실하신 분인 이유는 아침저녁으로 관상기도를 하시며 하느님과 하나 되는 삶을 사셨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번잡한 만남과 식사 자리를 피하고 혼자 머무르는 것이 참으로 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있을 때 내 내면을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하나 되는 지복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의 삶은 참 단순합니다. 아침 6시에 기상하고, 성무일도와 묵주기도를 바치고 기분 좋게 샤워를 하고, 성당에서 묵상을 합니다. 묵상 후 아침 먹고 미사하고, 점심 먹고 간단히 운동하고 독서를 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저녁기도와 마침 묵상을 하고 다시 독서 하다 tv시청 좀하고 10시 이후에는 잠을 잡니다.

참 단순하지요. 신부로 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저는 이를 축복이자 은총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침, 저녁에 바치는 묵상 혹은 관상기도는 제 삶을 더욱 진실하게 하고, 단순하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묵상과 관상이란 끊임 없이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마음 너머에 있는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온전한 마주침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236월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함께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