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부활미사를 드리고 근사한 식사를 했다. 다음 날은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일정을 정리하면서 고민을 했었다. 아시시와 피렌체중 어느 곳을 선택할지 자료를 찾아보며 머리가 어수선했었다. 아시시를 가려면 기차로 환승을 해야 하고 거의 2시간 30분이 소요되지만 피렌체는 1시간30분이 걸리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하루의 여유가 더 있었다면 아시시를 거쳐 피렌체로 가고 싶기도 했다. 결국 피렌체로 정하고 미리 기차표를 예매해 버렸다.
아침부터 서둘러 테르미니역에서 피렌체행 기차를 탔다. 산타마리아 누벨라역에서 내려 두오모성당으로 향했다. 사 년 전에 갔던 익숙한 길이라 마음이 놓였다. 코로나의 공포가 사라져서인지 두오모성당의 출입구마다 기다리는 행렬이 길었다. 성당을 여러 겹으로 두른 듯 보였다.
사 년 전에 두오모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렸었다. 긴 줄에 놀란 남편은 고민을 했다.
하염없이 기다려서 들어 가볼 필요가 있을까.
왜 사람들이 긴 줄을 보고도 기다려서 들어가려 하는 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두오모성당의 내부는 화려함보다는 긴 연륜을 품은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외벽의 은은한 대리석 색깔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짐작이 되는 내부모습이다. 고민하던 남편이 긴 행렬에 합류하기로 결정을 하고 사람들 틈으로 갔다. 나는 두오모성당 주변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골목마다 사람들이 빨려 들어갔고 또 내뱉듯 쏟아졌다. 식당, 카페는 사람들도 가득했다. 봄 햇살이라기보다 여름햇살에 가까울 정도도 햇살은 따가웠다. 관람을 마친 남편과 만나 점심식사를 하고 강변을 따라 베키오다리를 건너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랐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시내의 풍경을 아름다웠다. 시내 중심에 우뚝 서있는 두오모성당의 위엄한 자태를 하염없이 내려다 봤다. 일몰의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우리는 발길을 돌려 기차역으로 향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가야할 곳의 역사와 문화를 미리 알고 가면 다양한 것이 보이고 그 느낌의 신선함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된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리스본행 비행기를 탔다. 꼭 가보고 싶었던 리스본으로 향한 마음은 몸보다 먼저 내달렸다.
글ㅣ유경숙 멜라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