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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성심(聖心)께 의탁하며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01 조회수 : 169

 

길었던 주님 수난과 부활의 시기를 보내고 고대하며 기다렸던 성령 강림으로 거룩한 신비의 문을 건너 온 기분입니다. 어김없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내면에 깊이 자리하여 실제의 삶의 자리에서 열매 맺어 가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일이 되기도 하겠지요. ‘하늘로 오르심을 통해 새로운 양식으로 현존하심을 알려주시고 우리에게도 그 하늘을 열어주신 하느님께서, 사람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들어오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보호자이신 성령으로 인도해주심에 담긴 그분의 그 큰 뜻(하느님의 구원의지)이 바로 우리네 인생 삶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이 여정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라는 마리아의 고백을 모범삼아 힘을 내어 주어진 일상을 살아갑니다. 성모님의 전구하심에 의지하며 지난 한 달 잘 보내셨는지요. 교회는 새로운 한 달을 예수님의 성심을 기억하는 시간으로 지내며 참된 목자이자 스승이신 주님의 마음 안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성경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 하느님께 바치는 가장 긴 기도의 내용을 찾을 수가 있는데, 요한 복음 17장의 대사제의 기도입니다. 아마도 예수님의 마음을 우리가 잘 헤아려볼 수 있게끔 도와주는 복음의 말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위하여기도하시고(1-5) 남겨질 제자들을 위하여기도하시며(6-19), 그 다음 믿는 이들을 위하여’(20-26), 즉 제자들의 제자들에게로까지 그 기도가 미치고 있습니다. 수난의 길을 가시기 직전에 당신의 죽음을 염두에 두고 바치는 마지막 고별기도이지만, 승천으로 더 이상 보이는 방식으로 계시지 않을 것임도 연계됨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의 성심을 깨닫고 거기에서 역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버지, 세상이 생기기 전에 제가 아버지 앞에서 누리던 그 영광으로, 이제 다시 아버지 앞에서 저를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5) 죽음을 앞두고 예수님은 아들이 아버지로 인하여 드러나고, 아버지가 아들에게서 드러나게 되는 하나된 영광을 기도하십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11) 그 하나됨은 당신과 아버지가 태초부터 누리던 것인데 그 일치 안으로 우리를 들어오게 하시고자 함입니다. 당신과 제자들과의 이별이나 현세에서의 죽음과 같은 인간적인 차원으로만 보시지 않고 보다 근원적인 분, 하느님 안에서, 모든 관계를 설정하시는 것이지요. 결국 당신의 자리로 우리를 초대하시고, 당신이 그러셨듯이 우리도 하느님 안에서 삶을 이루어가기를 원하시는 성심(聖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삶의 문제들을 대하는 자세도 그 성심을 닮아간다면 어떠할까요.

오직 내 자신의 생각에서 나오는 일이 아닌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살피며 하느님의 영광을 찾으려 하는 의지로 하느님께서 맡기신 일임을 되새기는 일, 결국 모든 바탕에 하느님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안팎으로 달릴 길을 다 달릴 수 있는’(사도 20,24참조) 힘이 나오지 않을까. 거룩하신 예수 성심은 언제나 우리를 이 곳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늘 지치고 어려울 때마다 예수 성심에 의탁하며 말씀을 가까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작은 마음을 주님께서 크신 성심으로 감싸 주실 것입니다. 특별히 삶의 어려움에 부딪히는 많은 분들을 위하여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