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내 성가정성지와 가까운 어농성지 신부와 함께 성지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성지로 돌아왔습니다. 사제관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몇 분이 제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평상복을 입어서 저를 신부로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성지 신부예요. 하니, 아 그러세요. 하면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다음달에 세례를 받으시는 79세되신 자매님을 위해서 교리교사와 대모 되실 분, 그리고 옆집에 사시는 두 분까지... 세례명은 정하셨는지요?하니... 마리아라고 정했다고 했습니다. 마리아라고 정한 이유를 여쭈어 봐도 될까요?...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남편이 대세를 받았는데, 요셉이였기에, 마리아로 정했다고 하시더군요... 저에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눈물이 계속 나면서 남편생각이 나는데 어떻게 하나요?... 억지로 눈물을 멈추려 하지 않으셔도 될 듯 싶네요... 억지로 멈추려하다보면, 더 계속해서 흐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저 멈출 때 까지 기다려 보세요. 하늘나라에 계신 신랑 요셉이 닦아 줄 수도 있잖아요... 그럴까요?.., (중략) 어농성지에서 미사를 드리고, 단내 성가정성지로 오셨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어농성지 신부님이 다음달에 세례를 받으신다고 하니 선물로 팔찌 묵주를 선물해 주셨다고 하면서 팔목을 걷어 보여 자랑하셨지요.. 아.. 좋으시겠네요. 저도 방금 어농성지 신부님과 점심 식사를 하고 왔는데요... 조금 일찍 도착했으면, 어농 신부님과도 다시 만날 수 있었을 텐데요... 교리교사가 부탁을 했습니다. 세례 받으시는 분에게 안수를 해 줄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하면서 안수를 해 드렸습니다. 다른 분들도 눈으로 자신들도 어떻게 안될까요? 하시기에 기꺼이 주님의 축복을 전달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도 제 머리를 숙이고 안수를 부탁드렸지요. 안수를 주고받고...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한 달 후에 대모가 되실 분이 갑자기 교리교사에게 차에 갔다 오자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저에게 묵을 좋아하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좋아하지요.. 순례를 오시면서 직접 만든 묵을 가지고 왔다고 하면서 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순례오시는데 묵을 싸 오셨다는게 다소 의아했지요.. 그런데 진짜더라구요. 나들이 겸해서 오신 것인지 바리바리 싸 오신 것 같았습니다. 묵까지 싸오신 것은 시골 할머니의 심성이구나 했지요... 두부 서너 모정도의 양을 주시려고 해서.... 반만 맛있게 먹을께요...하면서 챙겼지요.. 묵을 가지려 두 분이 차로 가실 때, 다른 세분이 다리가 아프시다며 앉을 자리를 찾으셔서 의자가 있는 데로 안내했지요.. 그때까지 몰랐네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라 오래 서 있는 것이 꽤 불편하셨을 텐데, 신부가 이러저런 말을 서서 하고 있으니 그저 함께 서 있어 주신 배려의 마음을... 15분 정도였는데, 좀더 상대방의 상황을 살피지 못한 것에 죄송함이 들더라구요. 15분정도인데 서 있는 것이 힘들까?..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있으셨던 거지요. 신부와 이야기하고, 안수까지 받아서 참 좋고 감사하다고 하시면서 기도해 주시겠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가셨지요.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했지요.
배웅을 하고, 사제관으로 들어오면서 오늘 정말 큰일을 했구나... 했지요. 신부에게 대단한 일은 신자분들을 만나는 것 같네요. 이왕이면 그분의 상황을 잘 살펴서 의자가 필요하구나.. 하면서 의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는 정도만 해도 괜찮은 신부일 것 같다는 깨달음을 주신 청주교구의 한 작은 본당에서 오신 네 분의 귀여우신 할머니들과 그분들보다는 젊으신 교리교사분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아시는 예수님의 마음과 가끔씩 만나시는 6월 예수성심성월 되시기를 바라며, 기도 보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