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시기 잘 보내고 계십니까? 하느님께서 베푸신 자비는 놀랍고 그분께서 건네신 사랑은 풍요롭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의 죄와 잘못이라는 과거를 넘기고 새로운 지금, 곧 구원의 시간을 지내게 하셨습니다. 이 은총이 여러분에게 더 큰 의미가 되고 여러분의 삶에 더 깊이 뿌리 내리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그 새로운 지금이 건네는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하시길 빕니다.
새로운 달이 되면, 달력을 한 장 넘기게 됩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설렘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지금까지 잘 살아온건지, 또 이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둘러보게 됩니다. 그런데 왜 그럴 때면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더 잘 바라보게 되는지, 그 때문에 결국은 걱정과 근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두껍게 겹쳐 있는 지난 시간을 잠깐 돌아보기만 해도, 예수님께서 이끌어 주시고 도와주셨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다가오는 것들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아직도 수련과 믿음이 부족한 탓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만일 저와 같은 분들이 있다면, 도리 신부님의 삶을 함께 묵상했으면 합니다. 도리 신부님은 선교사가 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길은 너무나 험난하여 죽음과 거의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신부님은 그 어려움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겼고 선교사로의 부르심에 기뻐하고 감사하셨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이는 매일의 기도와 특유의 신앙 감각, 선배 선교사들에 대한 경청과 자기 삶에 대한 충실한 성찰 안에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곧 모든 일 앞에서 한계와 부족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자신, 그로 인해 길 잃고 방황하거나 두려움에 머뭇거리기도 하고, 눈앞의 예수님과 그분의 부름을 깨닫지 못하여 지나치기도 하였지만 그런 자신을 이끌어 예수님을 마주하게 하신 분, 바로 성모님의 도움을 체험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자신을 두고 걱정하고 슬퍼하는 이들을 위해 이렇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를 구원의 항구로 이끌어주실 겁니다. 하오니 한없이 자애로운 성모님의 품에 우리를 맡겨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은 우리 손을 이끌어 천국의 문으로 안내해주실 겁니다.’ 그리고 그 믿음대로 승리와 구원의 월계관을 차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도리 신부님의 이러한 초대에 귀를 기울이며, 성모님께 자신을 맡길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인자하신 성모님께서는 우리를 이끌어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 대신 하느님의 은총에 눈을 뜨게 하고 하느님의 자비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실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분과 긴밀한 일치를 회복하여, 두려움을 넘고 잊었던 것을 깨달으며, 놓쳤던 것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게 된 확신과 자유와 평화 속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길을 기쁘게 걷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어머니로 주신 성모님께 자신을 맡기고 믿음을 북돋우며, 두려움을 딛고 새로운 다음 장으로 건너갑시다. 그리하여 우리를 위해 마련된 승리와 구원에 더 가까이 나아갑시다.
어느새 나뭇가지와 땅에 앙상함과 메마름이 완전히 거두어지고 아름다움이 입혀진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우리 또한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입혀진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움과 영광이 가득한 날들 안에서 기쁨과 즐거움 충만히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또 행복하십시오.
손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