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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놀라우신 하느님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5-01 조회수 : 244

 

일상의 삶이 늘 포근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봄 소식과 함께 여러 내외적인 혼란함 속에서도 부활의 때를 맞이하고는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매일의 복음 말씀 안에서 부활하신 분의 발현과 아직 하느님의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목격자들의 불안과 공포가 컸음을 우리는 보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아버지의 뜻을 전달해 주시고자 애쓰시는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사실 이미 사순시기부터, 당신이 가시고자 하는 수난의 길을 풀이해주실 때부터 그러했습니다). 사순절이 깊어질수록 그러했고, 이미 부활의 빛으로 건너온 후에도 느껴지듯이 하느님의 방식은 인간의 것과 참으로 다른 듯합니다. 복음을 기록한 사도들도 스승님의 죽음과 부활을 겪고 난 이후 다시 공생활에서의 그 분의 행적을 돌이켜 살피고 헤아리며 그 안에 담긴 뜻을 깨달아 기록했음을 생각할 때,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로 시간들 안에 점철되어 있는 하느님의 방식을 알아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물론 부활의 목격자들이 그러했듯이 혼란함의 터널도 겪어내야 할 일이지요.

그래서인지 ,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루카 24,25-26) 라는 스승님의 질책이 우리에게 깊이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것은 책망이 아니라 독려입니다. 북돋아주시고 고양시키시는 참된 주님의 초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설명해 주시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루카 24,27참조) 용기를 내어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루카 24,29) 하고 그분께 청할 수 있으며, 함께 나누는 성찬의 식탁에서 그분을 알아 뵙고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라는 고백을 드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방식은 하느님의 방식 안에서 두꺼운 껍질이 벗겨져 하나 되어 갑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방식이라는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새로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5) 낡은 것이 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신선하고 생생한, 때로는 설레임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단어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하느님이 이루시는 새로움은 우리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편안하지 않은 불안함을 만듭니다. 그래서 이 하느님의 방식 앞에 섰을 때 일단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우리 행위의 부족함에서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만 하느님의 이 새로운 방식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거나 계획에 없던 일이 될지라도 받아들일 때 오히려 그 두려움과 불안함도 극복할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방식은 그야말로 놀랍고 새롭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배 안으로 모셔 들이려고 하는데,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요한 6,21)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며 누구보다 하느님의 방식에 합치되고자 하신 성모님을 기리는 새 달을 맞이했습니다. 매일의 삶을 열심히 살며, 우리를 위해 전구해주시는 성모님께 의탁하는 날들이시길 바랍니다. 녹음이 짙어지고 있는 성지에서 모든 후원회원분들을 위해 기도와 미시 봉헌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시고 영광을 주시어, 여러분의 믿음과 희망이 하느님을 향하게 해 주셨습니다.”(1베드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