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요당리 성지 후원회 형제, 자매님과 순례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순교자성월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면서 여름과는 또 다른 생각을 갖게 하는 계절입니다. 특히 파랗고 맑은 하늘에 펼쳐지는 구름의 아름다운 모습과 저녁 붉게 물드는 노을은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9월의 아름다운 자연은 우리 순교자들을 생각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파랗고 높은 하늘은 순교자들의 깨끗하고 드높은 기개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파란 하늘에 어우러져 역동적인 구름의 모습은 힘차고 용맹하게 신앙을 증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은 순교의 피로 세상에 주님을 사랑하고 증거하는 강한 인상을 남겨 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한국의 순교 성인과 복자, 하느님의 종,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9월의 자연이 어찌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낼 수 있는가 하고 놀라는 것처럼 어찌 이런 하느님과의 신앙을 보여줄 수 있는가 탄복하게 됩니다. 늘 부족한 우리 신앙선조들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이번 순교자성월에 풍요롭게 채워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이번 달에는 장주기 요셉 성인에 대한 판결기록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성록>과 <비변사등록>에 다블뤼 주교, 오메트르 신부, 위앵 신부, 황석두 루카의 사형 판결문이 실려 있습니다. <일성록>의 판결문이 <비변사등록>의 내용보다 축약되어 있습니다. 이 판결문에 장주기 요셉 성인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승정원일기> 기록에서 5명을 함께 충청수영으로 압송하라고 나오므로 동일한 판결(군문효수형)을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국왕의 비서기관인 승정원의 일지를 모은 <승정원일기>와 정조시기 이래 매일 국왕의 거동과 정무 활동을 기록한 <일성록>은 조선 후기의 가장 중요한 관찬 사료입니다. 조선후기에 국정을 맡았던 비변사라는 기관의 일지가 <비변사등록>입니다. 일지 형식의 이들 세 자료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내용이 많고 서로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음은 <비변사등록>과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군문효수형(충청 수영)선고 기록입니다.
<비변사등록> 1866년 2월 7일(양력 3월 23일) 기사
의정부에서 보고하여 말하기를 “양 포도청의 보고서에 ‘서양인 안돈이(다블뤼주교), 오베드로(오메트르 신부), 민 유아눅가(위앵 신부)와 사학인 황석두가 다 함께 늦었지만 죄를 인정한다는 진술서를 바쳤습니다만 (선교사를) 맞이하여 머물러 살게 하고 (천주교에) 호응한 자에 대해서는 죽음을 무릅쓰고 숨겼습니다. 의정부로 하여금 논의하게 하소서.’라고 했습니다. 이놈들은 교화하기 어려운 본성을 가졌으니 곧 하급 종자중의 종자요 다른 부류이자 별난 풍속의 무리입니다. (나라의)안과 밖을 엿보면서 인심을 그르쳤으니 이미 죽임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단지 (국경을) 넘어온 죄뿐 아니라 황가놈(황석두)의 진술에 이르러서는 교활하고 사납고 흉악하고 사악해서 만 번 죽어도 오히려 가볍다고 했습니다. 모두 다 군문으로 보내어 효수하여 뭇 사람에게 경계를 삼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했다.
(국왕이) 답을 내려 “모두 다 포도청으로 하여금 공충도(충청도) 수영으로 압송하고 효수하여 경계를 삼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승정원일기> 1866년 2월 8일(양력 3월 24일) 기사
(우부승지) 김정호가 좌우포청의 말을 (전하여) 보고하기를 “삼가 본 포도청의 보고서에 따라 (국왕이) 비지(批旨: 신하가 올린 상소에 대하여 임금이 내리는 답글)을 주시어, ‘죄인 및 그 무리들을 공충도 수영으로 압송하고 효수하여 경계를 삼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명을 내리셨습니다. 저희 포도청에 갇혀 있는 죄인 안돈이(다블뤼주교), 오 베드로(오메트르 신부), 민 유아눅가(위앵 신부), 황석두, 장주기 등 5명을 포교와 포졸을 정해 공충도 수영으로 압송하겠다는 뜻을 감히 보고 드립니다.”라고 했다. (국왕이) 전교를 내려 말하기를, “알았다”고 했다.
이렇게 판결을 받고 장주기 요셉 성인을 비롯한 4위의 성인이 순교를 하셨습니다. 오묘한 것은 천주교를 없애기 위해 박해를 가했던 당시의 지도자들과 기관들이 오히려 천주교인들이 하느님을 끝까지 증거한 모습들을 인정하는 증인들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박해자들의 기록은 오히려 순교자들의 순교를 명확히 입증하는 증거기록들이 되었고 오히려 하느님의 영광을 드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섭리 안에서 박해자들을 통하여 참된 천주교 신앙인들이 존재했음을 밝히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 박해자들이 더욱 가혹하게 박해할수록 순교자들의 영광은 더욱 명백하게 드높아졌습니다. 박해자들이 승리한 것 같았지만 오히려 박해자들의 기록은 순교자들의 승리의 기록으로 바뀌었던 것입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순교자들의 후손인 우리도 이러한 하느님의 섭리를 알고 우리 신앙생활의 온갖 어려움을 즐겨 참으며 극복해내었으면 합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훗날 승리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강버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