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과 부활사이에 신앙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비단 사순시기뿐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시기에 좀더 집중해서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의 신앙입니다.
사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은 성지 성당에 있는 성수그릇입니다. 성당에 들어오면서 다음의 기도를 하면서 성수를 찍지요...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 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아멘.”
3월의 어느 주간에 평소처럼 성당에 들어와 성수를 찍고 기도하려고 하는데, 성수그릇에 성수가 말라 있었습니다. 다른 쪽 그릇은 그렇지 않았지요. 모양이 잔처럼 생겨서 누군가 한 잔 하신 건가?하는 생각도 순간 스쳐 지나갔지요. 그때는 별 생각없이 다시 성수를 채웠습니다. 그런데 2-3일 후에 다시 보니, 말라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확인이 되실지 모르겠는데, 재질이 옥돌입니다. 깨져서 금이 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금이 가서 새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성수그릇을 들어 보니, 받침대인 나무가 젖어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확인할 때도 젖어 있음을 보았는데, 그때는 성수를 채우다가 흘러 넘쳤는가 보다라고 생각했지요. 두 번째서야 금이 가서 조금씩 샜구나... 깨닫게 된 것입니다.
단단한 옥돌이 왜 그리 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새고 있음이 확실해서 다른 것으로 교체를 하였습니다. -- 순례오셔서 어떤 것으로 교체하였는지 확인해 보시라고, 교체한 것은 사진으로 보여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순시기를 보내면서 나의 신앙은 멀쩡한가? 혹시 성지의 성수그릇처럼 미세한 금이 가서 새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름 사순시기이니 좀더 기도하고, 단식하고, 자선을 베풀면서 살고 있는데도 다른 때보다도 더 말라있는 것 같은 느낌은 뭐지?.. 한다면, 금이 간 상태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밥을 먹으면 포만감이 있습니다. 기도를 하면, 성수그릇에 성수가 채워 지듯이 충만감이 있어야 합니다. 단식 후에도 영적인 충만감이 있어야 하고, 자선을 베풀어도 그래야 합니다. 물론, 계속해서 충만감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채워진 만큼 살아내면서 소화를 시켜야 하겠지요. 그리 안하면, 비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적인 비만, 곧 교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성수그릇처럼 다른 것으로 교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든, 하자를 발견하고, 보수해야 합니다. 사순시기는 그래서 신앙 하자보수 기간일 수도 있습니다. 하자가 발견되셨다면, 보수작업을 하시고, 부활을 맞이하셨으면 합니다. 보수 작업은 재의 수요일에 들었던 복음내용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 기도, 단식, 자선입니다. 이 3가지의 실천을 통해 영적 충만감을 느끼시고, 금이 가서 새는 것이 아니라, 흘러 넘쳐서 세상과 나누는 행보를 하시길 바라며 기도합니다.
충만한 부활의 기쁨이 가정에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 기쁨이 세상에 전해지기를 다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