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수원교구에서는 아프리카 지역에 이어서 남미대륙 페루라는 나라에 신부를 파견하였습니다. 2명의 신부가 파견되었는데, 그중에 한 명이 저였습니다. 교구에서는 처음이었으나, 이미 많은 신부와 수도자들이 파견되어 활동하고 있었지요. 제가 파견된 지역에도 벌써 부터 의정부교구와 안동교구 신부님들이 골롬반 선교회의 협력사제로 사목하고 있었습니다. 1년정도 함께 사목하다가 두 분 신부님은 10년간의 선교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하였습니다. 한 신부님은 떠나기 전에 이런 말씀을 하였지요. 한국에 가서 사목활동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선교하기 위해 나오고 싶다고...
10년이 흘렀습니다. 그 신부님은 본인의 지향대로 다시 선교를 떠난다고 합니다. 연배가 저와 비슷한 50대 후반이지요.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타국으로 가서 선교를 한다는 것이 다소 늦은 나이라 할 수 있지만, 10년의 소중한 체험과 새로운 선교열정과 그것을 기꺼이 받아주신 주교님의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요. 하긴 더 연배가 높은 신부님들도 타국으로 현지인 사목을 위해 떠난 경우도 있었기에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신부의 삶은 아니지요.
한국인이 한국에서 사는 것이 참 편한 것임을 타국에서 지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보다 조금 못한 경제적인 상황에 있는 나라에서의 삶이었다면. 불편함이 조금은 더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곳에서 10년을 살았던 사제가 10년 동안 그곳보다 안정된 한국에서의 사목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선교를 떠난다는 것은 불편함을 다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지요.
잠시이지만, 함께 살았던 신부로서 다시 선택한 선교의 여정을 힘차게 시작하고, 행복하게 그 여정을 걸어가기를 기도합니다.
저도 그 신부님처럼 가끔 다시 선교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의 용기가 부럽습니다. 많이 부럽습니다. 이것 저것 따지다 보면, 그냥 한국에서 살지 뭐..하면서 주님께서 주셨을 지도 모르는 선교열정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요.
주교님이 만약에 다시 선교를 떠나라고 하신다면, 저의 반응이 어떨까요?.. 기꺼이 순명할까요?.. 아니 왜 제가 또 가야 합니까?하고 떨떠름해 할까요?... 분명한 것은 다시 선교를 떠나는 그 신부님이 부럽다는 것입니다. 부러워하다보면, 그리 될 수도 있겠지요.
신앙의 여정을 걸어가는 모든 이들은 어떤 것을 부러워해야 할까요? 신앙생활을 하면서 다소는 불편하고,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기꺼이 해 내고 있는 삶을 부러워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아니 부러워만 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리 살아야겠지요.
사순시기입니다. 단식하라.. 기도하라.., 자선을 베풀라...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불편하게 여기지말고, 다시한번 기꺼이 실천하면서 멋스러운 신앙을 만들라는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소중한 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