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매서웠던 것 같습니다. 그간 아무 탈 없이 잘 지내셨는지요? 저도 후원자님들의 기도에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충만하시길 기도합니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달력의 숫자만을 보면, 아직은 봄이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창밖을 유심히 바라보면, 어느새 찾아온 봄의 전령사들이 한껏 가까워진 봄을 알려주느라 분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것처럼 눈앞의 것을 아무리 봐도 모를 때가 있고 보아야 할 것을 볼 때, 참으로 눈이 열리게 되는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새로운 달이 시작될 때,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지?’일 것입니다. 분명 고민도 많이 하고 열심히 했는데, 돌아보면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것 같은 느낌만 가득합니다. ‘때가 조금 더 가까이 왔구나. 희망으로 한 발 더 가까워졌구나.’하는 생각이 아닌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이 때, ‘십자가가 저의 안내자이자 나침반이 될 것이고, 십자가가 저의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며, 십자가를 통해 저는 영혼의 가치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라는 도리 신부님의 외침을 묵상하는 일은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도리 신부님은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사실 우리는 경험이나 학습에 의해 만들어진 관념을 따라 살고 있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념에 따라 보고 판단하며, 새로운 것을 도전하다가도 익숙함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마치 벗을 수 없는 색안경을 끼고 무엇인가에 매여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서 안정감을 느끼면서도 거부감과 미움을 느낍니다. 때문에 스스로에게 자주 ‘바뀌어야지, 벗어나야지’하고 말하며 그렇게 하고자 합니다. 이는 우리의 본성이 ‘자유’여서 그런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보다 관념과 익숙함이 더 강하다는 것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이를 두고 단순히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자유’에 힘을 싣지 못해서 그런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이를 두고 앞뒤 재지 않고 마음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자유를 완성하는 것은 남용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풀어 자유롭게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인도 안에서 참으로 보아야 할 것을 보고 알아야 할 것을 깨달으며,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나아가고 달릴 길을 끝까지 달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먼저 자신을 찾아온 기쁨과 희망을 알고 이전의 순간들보다도 더 빨리 바람과 결실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마치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에게 의무와 짐을 부여하고 어딘가로 내몰려고 하기보다 먼저 자신에게 참된 도움과 힘을 선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자유를 완성하고 새로움으로 나아가게 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히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비추임 안에서 올바로 보고 참된 방향을 잡으며, 자신을 떠나 하느님과 합하게 될 것입니다. 그로써 자신에게 참된 희망과 영광을 선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자유인 자신을 알고 그 자유를 완성하는 진리이신 하느님을 찾고 충실히 따르며, 새롭고 행복한 달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늘 자유롭고 기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달을 맞는 우리 각자의 마음과 상황은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이 하나이듯, 해야 할 일도 하나입니다. 이제 곧 맞게 될 사순 시기는 이 사실을 잘 드러내 줍니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가 하느님으로 인해 영원으로 나아가게 되었음을 기억하며, 그 하느님으로 살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자유와 구원을 주시는 하느님 안에서. 또 행복하십시오.
손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