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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신앙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2-01 조회수 : 240


새해가 밝고 어느덧 첫 달이 지나갔습니다. 연일 이어지던 강추위의 기세가 매섭기도 했지요. 아직 성지에는 그동안 내린 눈이 곳곳에 쌓여있고 십자가의 길 기도 산길은 그냥 바라만 보아도 차갑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다가올 계절의 변화를 기다려 봅니다. 설 명절과 함께 2023년 시작을 잘 맞이하셨는지요. 성지를 찾으시는 교우분들은 다른 때에 비해 많이 적은 시기이지만,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다시금 새로움을 향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를 위하여 매일 미사와 기도를 봉헌했습니다. 여러분들 안에서 일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로 또한 평안한 한 달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모두가 밝지는 못한 듯 보입니다. 3년이 넘어가는 감염병의 시대가 이제 끝나가는가 싶기도 하지만 아직 불안함은 여전하고, 팍팍한 삶 속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생하는 이들의 이야기들이 뉴스에 가득하며, 사회적인 혼란함도 그치지 않습니다. 언제나 우리 곁에 흐르고 있었던 우리네 인생의 문제들이기도 하지만 조금 더 평화를 누리기를 바라기에 여러모로 우리를 흔들어 놓는 굵직한 것들임에 분명합니다. 성지에서 만나게 되는 분들 가운데에도 마찬가지의 어려움들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적은 수의 이야기들이지만 삶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그 무게감이 커지면 다른 의지할 것들을 찾게 되고 거기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한편으로 당연한 일이겠지요. 제가 그분들께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는 처지에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하느님은 어떠실까. 우리 주님은 이러한 우리들을 어찌 바라보실까..... 혼자의 생각에 잠겨봅니다.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 안에서, 삶의 문제들을 바라보는 인식은 신앙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삶의 문제들을 옳게 인식하는 방법을 신앙 안에서 터득하게 되고, 신앙인으로서 올바로 살아가는 가운데 삶의 문제들을 이겨내기도 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삶의 문제들과 신앙의 문제는 구분되거나 다른 차원의 가치가 되지 않습니다. 마치 그리스도 안에 온전한 신성(神聖)과 인성(人性)이 오묘하게 일치되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삶의 문제들이 버거울 때 신앙이라는 것이 더해져 더 힘들게 여기고 그 버거움이 진정될 때까지 한켠으로 미루고 치워내거나 해서도 안 될 것이고, 반대로 신앙이라는 것을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방책으로만 받아들여 하느님을 앞세워 현실의 짐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을 수도 없겠습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 삶 깊숙한 곳곳에 들어와 계시고 그 분을 믿고 섬기는 신앙의 문제도 바로 이 임마누엘’(Immanuel)의 기본 위에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겪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인간 삶의 문제들은 올바른 신앙의 길을 찾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한하신 하느님 앞에 유한하기 그지없는 우리 인생이라는 것이기에 영원을 향해가는 오늘의 과정이 또한 이루어지는 것이겠지요. 처해있는 눈 앞의 일들을 통해 그 너머에 계시는 하느님께로 열리는 삶이 만들어져 가기를 바래봅니다. 성지의 모든 후원회원 분들과 성지를 찾으시는 모든 교우분들이 함께 그러하시기를 희망하며 기도하겠습니다. 삶의 문제들로 힘겨울 수는 있으나 지치고 좌절하지 않기를.... 모두 기운 내시고 꿋꿋이 강건한 신앙인으로 오늘을 충실히 살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주님의 자애는 영원에서 영원까지 그분을 경외하는 이에게 머무르리라.”(시편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