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의 길을 걸으며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12월 인사 올립니다. '코로나19와 함께한 2020년 1월이 벌써 12월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코헬렛 저자는 말합니다. 심을 때가 있으면 뽑을 때가 있고, 시작할 때가 있으면 마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이제 '코로나19'도 수명을 다해 가고 있습니다. 태평양 너머 미국으로부터 들려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인류의 큰 어려움을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우주적이고, 영적인 차원에서 '코로나19'는 매우 유익(?)한 것도 같습니다.
그동안 인류는 눈에 보이는 물질, 육체 세계에 갇혀서 끊임없이 앞만 보고 나아가는 폭주 기관차처럼 살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멈추게 했습니다. 식당과 카페, 교회와 절은 물론 인간 내면의 희망마저 멈추게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류는 비로소 혼자 있는 삶에 적응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인생의 가치는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발견된다는 큰 교훈도 얻게 되었습니다.
성경에 보면 키가 작은 세관장 자캐오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캐오는 키가 작아 매우 열등감에 시달렸고, 이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세무 공무원이 되었고, 또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나 재산과 물질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의 내몀은 텅 비어만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님을 만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자캐오는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돈, 물질, 육체만의 삶에서 내면적이고, 정신적이고, 영적인 세계에 눈을 뜹니다. 이후 그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자기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과 나눕니다.
그동안 자캐오의 삶은 돈, 육체, 물질만이 최고하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캐오는 예수님을 통해 영적이고, 내면적인 즉, 정신적인 삶을 선택하고 비로소 삶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중용, 중도의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코로나19'로 인류는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삶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삶에 갇혀 잘 보이지 않았던 내적이고, 영적이고, 정신적인 삶을 비로소 다시 찾게 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린 인류는 '코로나19'로 잃은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얻은 것 또한 큰 것 입니다.
부처, 예수님은 인류의 큰 스승들입니다. 인류의 큰 스승들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삶이 아닌 조화와 균형이 잡힌 중용, 중도의 길을 사신 분들입니다.
부처님은 출가 전에 최고의 육체와 물질적인 삶을 살았고, 깨달음 전에는 최고의 고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종국에 가서는 고행마저 포기하자 어느 보름날 밤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고 중도의 길을 설파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술꾼이요, 먹보라는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셨고, 아침, 저녁으로는 하느님과 영적 친교의 삶을 사셨습니다.
부처님과 예수님은 아셨습니다. 사람이 한쪽으로 치우친 삶을 살 때 얼마나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이고, 사랑이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과 예수님의 삶은 언제나 넉넉하고 조화로운 중용과 중도의 삶이셨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수선한 요즈음 부처님과 예수님의 삶을 통해 육체와 물질, 내면과 영성이 만나 서로 춤추고 노래하는 조화와 균형의 삶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가난한 사람보다는 부자가 좋습니다. 왜냐하면 부자는 먹을 것 먹고, 입을 것 입고, 가질 것 갖고, 그 다음에 내면과 영성을 찾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늘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온통 이 생각뿐입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죽음을 예고하며 예수님의 발에 순 나르드유 향유를 바르고 머리카락으로 닦아 줍니다. 이때 유다는 이를 못마땅해하며 향유를 팔면 가난한 많은 이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유다를 부르며 가난한 이들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지만 나는 언제나 함께하지 못한다는 명언을 날립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본인이 부자하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자기가 잠시 가지고 있는 육체와 재화에 만족하지 못하면 한마디로 가난한 자입니다.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자기가 가진 것을 통해 육체와 내몀, 물질과 정신의 삶을 통합하고,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면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 부자인 것 입니다.
2020년이 저물어 갑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것은 큰 축복입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릴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2021년 비록 '코로나19'와 함께 하겠지만 중용, 중도의 삶을 시작하면 결코 패배의식은 내 안에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예수님 성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202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도드립니다.
2020년 12월 조화와 균형이 함께하는 통합된 삶을 바라며
양근 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