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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성지 신자 글

아이가 되어 아이를 만나는 날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2-01 조회수 : 170

긴 겨울이 시작되었다. 강한 햇살이 그리울 만큼 칙칙한 풍경이 몇 달간 펼쳐질 것이다. 칙칙하지만 가슴 속을 환하게 만들기 위해 쳐지지 않아야한다. 겨울에 겪는 우울은 꽤 길게 우리를 힘들게 만든다.

겨울이 되면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정점에서 꼭 만나야하는 대상이 있다. 그 대상은 아주 순수하고 맑은 아기다. 아기를 만나는 순간 침침했던 가슴 속은 아기에게서 풍기는 향기와 빛으로 채워져 또 다른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아기를 만나는 날이 점점 다가온다. 설레는 분위기에 좀 들뜨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될 것이 있다. 자신을 비우는 작업이다. 우리는 삶에 젖어 자신을 제대로, 정확히 볼 수 없다. 자신에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순과 이기를 잘 알지 못한다. 자기중심으로 살기 때문이다. 내가 좋은 것을 먼저 선택해야 만족, 즉 행복하다 여기게 된다. 내 행복을 위해 희생되는 것들이 없는 줄 안다. 배려의 관점으로 주변을 살핀다면 분명히 알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게 쉽지는 않아 외면할 때가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이라고 생각해보자. 우선 외양을 가다듬게 된다. 깨끗하고 예쁜 옷가지를 추려내고 옷을 입기 전에 목욕을 할 터이다. 가장 향기가 좋은 비누를 사용해 오래도록 상큼한 비누향이 남아있기를 바라겠지. 친절한 목소리로 사냥하게 말을 건네며 가끔은 설렘에 수줍기도 할 것이며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사랑을 고백하는 것으로 자신을 알리려한다.

우리는 아이가 되어야한다. 아이의 마음과 눈으로 아기를 맞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자신을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림시기가 바로 다듬는 시기가 된다. 어둠에 휩싸인 마음을 드러내 하나 둘 버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너그러움을 나눌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혹시 나의 성급함으로 다른 사람을 곤란에 빠트린 것은 아닐까. 주기보다 받으려고만 들지는 않았는지. 욕심이 가득한 시각으로 모든 것들을 바라보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분석해본다.

아무 것도 남아있는 않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가 되어 우리에게 빛을 주시는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기쁘게 맞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