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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일치의 길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2-01 조회수 : 192


교회는 지난 한 달을 위령성월로 지내며 죽은 모든 영혼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더 나아가 마지막을 향해 가는 우리의 인생 여정을 하느님 앞에 마주하도록 초대하였습니다. 시기적인 때와 맞물려서 한 해의 시간들을 다시 살피며 아직 현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믿음 살이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소중한 한 달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성지에 오시는 모든 순례객들에게도 같은 말씀을 드리며 같은 묵상으로 정성껏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저마다 열심한 마음으로, 기억하는 연옥 영혼들을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며 봉헌하는 기도 예물에서 소중함이 느껴졌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귀 기울여 들어주시는 하느님께서 그 소중한 마음 받아주셨으리라 믿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을 묵상하는 달을 지나 곧바로 주님의 탄생의 메시지가 선포되는 때가 새로이 시작된다, 죽음을 지나 생명에로 나아가 연결되는 큰 줄기가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의 죽음과 주님의 탄생, 우리의 영혼과 주님의 육화(肉化), 이 두 가지가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이지요. 그리 큰 의미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죽음과 생명이 하나라는 신앙의 사실 뿐만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주님 탄생의 성탄 시기가 지나면 또한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로 연결되는 교회의 전례 주기이지요. 우리는 일 년의 절반 정도를 죽음과 생명의 흐름 안에 머물고 묵상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교회의 가르침, 죽음을 넘어서는 생명, 영과 육의 일치, 하느님과 인간의 결합, 이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참 생명이신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교회의 가르침, 복음의 이러한 가르침 안에 착실히도 이끌리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하느님의 심오하고 헤아릴 수 없는 계획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전해지고 그 문이 열리는 거룩한 새로움의 시기, 대림과 성탄을 맞이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여, 여러분의 품위를 인식하고 이제 하느님의 본성을 함께 나누어 받게 된 자들로서 부패한 행실로 말미암아 이전의 비참한 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이 어떤 머리와 어떤 몸의 지체인지 생각하고 어둠의 권세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나라와 광명으로 옮겨졌음을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성세성사를 통하여 성령의 성전이 되었습니다.”

(성 대 레오 교황의 강론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 독서기도 중 제2독서 참조.)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에 대하여 묵상하게 해주는 글인 듯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놀라우심과 신비로움에 대하여 자주 듣게 됩니다. 구약의 예언의 말씀과 더불어서 매일의 복음 말씀이 우리를 그렇게 이끌고 있고 대림 시기 내내 우리를 집중하도록 도와줍니다. 그 놀라우심과 신비로움에서 시작하여 충만하게 된 우리는 이제 하느님과의 일치 에로 나아가야 합니다. ()의 차원 안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기에 한계가 명확히 느껴질 때도 있지만, 영원하신 분께서 육화(肉化)하신 것은 그 한계에 묶임조차 더 이상 장애가 아니도록 하신 것입니다.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겠지요. 거룩한 행실이라는 것, 실천과 행위로 발하는 것이 어쩌면 또 한 번 사람이 되어 오시는 하느님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땅한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일치의 길로 나아가는 거룩한 성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 속에 건강하고 평안하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