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과 시작, 그리고 대림과 기다림
12월은 신앙 달력으로는 한 해가 시작되는 달이며, 세상 달력으로는 한 해를 마감하는 달입니다. 대림시기에 읽는 독서 말씀들은 기다림의 희망과 구원의 설렘에 관한 아름다운 구절들로 하느님의 구원을 이야기합니다. 마침과 시작이 연결되고, 또 다른 기다림의 희망이 우리의 시작을 축복해준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별히 이 기간 주님께 의탁하며 달려온 올 한해 우리의 여정을 가만히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합니다. 두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이 납니다.
2020년 성지 전담 신부로 가장 먼저 하느님 아버지의 집에 비가 새지 않게 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성지를 순례하러 오신 교우들께, 마음으로 다가가 제 마음을 전했고, 저 또한 타 본당으로 모금을 나갔습니다. 교우들의 마음에 들어가고 싶어 못 부르는 노래도 마음을 담아 불렀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이 교구들에게 전달되었는지 많은 분들이 저희 성지 가족이 되어 주셨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제 마음의 변화입니다. 저도 모르게 제 마음 안에 나를 더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 제 마음이,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변화한 특별한 경험이 있습니다. 성당 지붕 누수공사를 하기 위해 아주 뜨거운 햇볕에 일하시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저분들이 있기에 공사가 가능하구나'하는 마음이 진심에서 샘솟는 것이었습니다. 돈이 있어도 기술을 가진 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전이 될 수 없었기에 이제야 익숙하고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분들께 시원한 미숫가루와 따뜻한 인사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분들도 저의 작은 정성을 고마워하셨습니다. 그 순간에는 하느님 사랑이 있을 뿐입니다. 그분들은 신자가 아니셨지만 저는 그 순간이 바로 '성체성사'가 이루어지는 시간, '하느님 나라'가 임재하시는 순간이라 생각되어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다시 재림, 기다림으로 가봅니다. 우리들 기다림의 두 차원은 하나는 아기의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 하느님 강생의 기다림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 예수님의 재림에 ㄷ한 기다림입니다. 이번 대림에는 두 번째의 기다림에 대해 묵상해보시길 권유드립니다.
두 번째 그 기다림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미 온,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already, but yet)" 종말론적 하느님 나라입니다. 기다림이 없다면, 성탄의 기쁨도, 구세주 예수님을 만나보는 날의 기쁨도 추상적이고 값싼 기쁘으로만 끝날 것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를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 기다림의 기쁨을 잔치처럼 누리면서, 지금 여기가 아니면 아무데도 없을지 모르는 하느님 나라를 사는 것,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에게 나의 사랑을 한껏 나눠주며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성지 전담 신부 | 지철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