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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 신부님 글

양근 성지에서 온 편지 12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2-01 조회수 : 226


+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202212월 인사 올립니다. 올 한 해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희망으로 12월 한 달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지난 118일 저의 친구이자 애인이며 어머니인 오복덕(막달레나) 여사님이 하늘로 가셨습니다. 어머니는 6월 초에 미리내 대건 효도 병원에서 머무르셨고, 돌아가시기 1주일 전 아들 사제인 저에게 종부성사를 받고, 1주일 후에 평화롭게 선종하셨습니다.

인간적으로 힘든 일이었지만 우리 모두는 하늘 아버지에게서 나와 잠시 이 세상을 살고, 다시 하늘 아버지께로 가는 숙명의 존재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향주삼덕이란 것이 있습니다. 향주삼덕은 말 그대로 주님을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의 덕을 의미합니다. 이는 곧 믿음, 소망, 사랑을 의미합니다.

저의 어머니께서는 믿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셨고, 희망으로 죽음을 뛰어넘고, 마침내 사랑으로 하느님과 하나 되셨습니다.

단테의 신곡에 보면 지옥과 연옥과 천국이 나옵니다. 지옥문에는 그야말로 좌절이 있고, 연옥 문에는 새벽하늘 반짝이는 샛별이 있습니다. 연옥에 있는 영혼들은 이 샛별을 보고 주님께로 마음을 돌려 천국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천국에는 무수히 많은 별 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을 합니다. 특히나 죽음, 불행, 좌절의 경험을 할 때 향주삼덕 즉 믿음, 소망, 사랑으로 무장을 하고 있으면 어떠한 시련도 모두 이겨나갈 것입니다.

저는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면서 향주삼덕 즉 믿음, 소망, 사랑은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주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의 선물이며, 보석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힘들고, 지친 상태에서도 믿음, 소망,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마십시오.

아울러 어머니 하늘 가는 길에 동행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저는 어머니의 삶을 본받아 일신우일신 하는 삶을 살며, 그리스도 안에서 열공 하고 전진하는 참 인간, 참 사제의 삶을 살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루카 복음 1711-19절에 보면 나병 환자 열 사람을 치유해 주시는 예수님을 보게 됩니다. 나병 환자 열 사람이 예수님을 보고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 하고 명령하십니다. 그러자 나병 환자 열 사람이 사제에게 가는 동안 그들의 병이 모두 나았습니다. 그러나 병이 나은 후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의 인사를 한 사람은 사마리아 사람뿐이었습니다.

예수님 당시 나병 환자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유대교 사제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병이 나은 것을 확인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한 절차인 것 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마리아 친구는 사제에게 가지 않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왜일까요? 예수님에게 치유 받은 나병 환자는 모두 열명 인데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 인사를 드린 사람은 오직 한명 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제에게로 급히 달려간 아홉 명의 나환자들은 그들이 사제 소속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을 가졌고, 예수님께 달려와 고마움을 전한 사람은 나는 이제 사제 소속이 아닌 하느님 소속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고, 존재하는 이유는 하느님 때문입니다. 아무리 슬프고, 힘들다 하더라도 우리는 모두 하느님 소속이기 때문에 그저 하느님을 신뢰하고,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무장하면 어떤 어려움도 모두 이겨낼 것입니다.

편지를 쓰는 지금 양쪽 무릎에 파스를 붙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말과 11월 초 많은 순례객이 오셨고, 어머니 장례 등으로 서있었고, 잠을 일주일 이상 자지 못한 후유증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살리는 것도 주님이요, 죽이는 것도 주님이라는 말씀을 마음에 간직한 채 다시 비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예수님 성탄입니다.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 잘 맞이하시길 기도합니다.

 

202212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

 

 

추신 :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해 봅니다.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먼저 직관적 생각이 떠오릅니다. 조금 있으면 이성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있으면 타인의 시선으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직관에만 머물지 말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조금 더 신중하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