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등학생의 글을 보았습니다. 그 글의 내용은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우울해하고 있을 때, 엄마가 묵주 하나를 사 주셨습니다. 엄마가 사주신 묵주는 눈이 시리도록 청량한 하늘이 투명한 구슬 안에 담겨 흐르는 듯한 묵주였습니다. 너무도 예쁜 묵주가 그날부터 가장 소중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힘들고 걱정이 많아지면 묵주를 쥐고 마음을 차분히 어루만지면 좋겠다는 엄마의 말에, 두려움이 느껴질 때마다 수많은 실수로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 맨 먼저 묵주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아무리 힘들어도 새로운 풍경을 보았을 때나 좋은 책을 읽었을 때, 마음에 드는 그림을 봤을 때, 가끔 기발하고 웃긴 생각이 떠올랐을 때처럼... 내 일상에 숨을 불어넣어 주는 추억과 느낌들을 간직하려고 묵주를 꺼낼 때가 많아졌습니다. 언젠가부터 흘러가는 시간이 전처럼 그렇게 아쉽지 않았습니다. 내게 소중한 것들이 모두 묵주알 하나하나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남아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항상 불쑥 찾아오는 두려움에도 용감하게 맞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묵주
안도연
엄마가 주신
청량한 저 하늘빛 닮은 무주에
행복했던 추억을 되새기며 / 한 알
감동이었던 시간을 곱씹으며 / 한 알
아름다웠던 모든 것들이 남기는
긴 여운의 끝맛을 입안에 굴리며 / 한 알
손 끝에 만져지는 구슬 하나하나
조심스레 / 소중한 기억을 담아
이유 없는 두려움이 찾아올 때
고이 놓인 묵주를 꺼내
나를 지탱하는 기억들이
여기 있으니 용감해지겠노라
굳게 다짐하며 위안을 얻으렵니다.
묵주기도 성월을 보내면서 우리도 묵주 한 알 한 알에 우리의 행복도,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다 담아 내 삶의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불쑥 찾아오는 두려움에 용감하게 맞설 수 있는 하루하루가 되시길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