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눈부신 날들이 지나고 차분하고 감성적인 날들이 찾아왔습니다. 이는 태양에 대한 지구 위상의 변화로 우리를 비추는 빛 안에 노란파장이 더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위상이 바뀌게 되면,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유추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달은 이 표지에 따라, 마음을 조금 더 높은 곳에 향하게 하고 자신을 하느님께로 더 가까이 가게 하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로 그분께서 우리에게 건네시는 사랑과 자비와 은총으로 풍요로워지시길 기도합니다.
세상은 늘 존재하지만 그냥 ‘있지’ 않습니다. 모든 순간, 또 자신의 자리에서 결실을 맺기 위해 모진 괴로움을 견디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많은 변화를 이루어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의 결실들을 나누어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를 깨달을 때, 참으로 기쁨과 위로를 얻게 되며, 세상을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세상과 더욱 깊은 관계를 맺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러하십니다. 그분께서도 늘 계시지만 그저 ‘존재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모든 순간, 모든 자리에서 결실을 맺기 위해 모진 괴로움을 견디시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시며, 인간의 구원을 이룩하십니다. 이를 깨달을 때, 우리는 구원의 결실을 얻게 되며, 그 자비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위로를 받게 됩니다. 또한 하느님을 더 많이 알고 이해하게 되며, 받아들이고 차지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분과 더 깊은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이룬 사람들, 곧 하느님과 관계를 더 깊게 하며, 그분 존재의 목적과 의미를 깨달은 사람들은 늘 우리 곁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예수님의 십자가’로 이 모든 사실이 드러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표지, 곧 예수님의 십자가는 과거 사건의 기억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현재’를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그저 있는 것’으로 보는 사람은 ‘지난 사건’만을 떠올리게 될 뿐이지만 십자가를 ‘계속해서 활동하는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지난 사건과 함께, 하느님께서 일으키시는 ‘현재 사건’ 곧 성체성사를 올바르게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 안에 있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과 은총으로 충만해집니다. 도리 신부님은 일찍이 이 사실을 간파하고 또 체험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진리를 모두와 함께 나누고자, 다음의 외침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진정한 위안은 십자가 아래에 있습니다. 그리고 영성체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받게 되며, 그 하느님의 사랑으로 인해 모든 것을 순명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요.’
도리 신부님은 ‘하느님의 있음은 그분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한 활동 그 자체’라는 체험을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하느님에 자신을 맞추고 변화시키며, 그분의 계획에 결합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사건에 참여하며 그분의 사랑과 온 세상은 물론, 죽음까지 품고 영원한 나라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 초대에 따라, 지나가는 것 대신 늘 함께 하시는 분을, 한시적인 것 대신 영원한 사랑을 찾았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고, 변하는 것 대신 본질을 꿰뚫었으면 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하느님을 두고 하늘에 계신 분이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이라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많은 것을 청하며 빈 자신을 채워달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이신 분께 모자란 자신을 받아들여달라고 청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믿음으로 하느님께, 또 그분의 은총이 온전히 드러나는 십자가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10월의 시작과 함께 ‘묵주기도 성월’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묵주기도는 십자가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묵상하게 하고 그 모든 과정에 참여하게 하며, 그 십자가로 이루어진 구원에 이르게 합니다. 때문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묵주알을 뒤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묵주알을 딛고 하느님과 그분의 구원에 더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달은 묵주기도를 더 자주 바치며, 십자가의 예수님, 그 곁에 서신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께로 더 가까이 나아가는 행복한 시간을 자주 가졌으면 합니다. 또 행복하십시오.
손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