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성지

Home

성지회보
기사

양근성지 신부님 글

양근성지에서 온 편지 10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0-01 조회수 : 257

+ 열매 맺는 가을을 위하여.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10월 인사 올립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 올가을 내면의 열매 풍성히 거두시길 바랍니다.

루카 복음 8,4-15절에 보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나옵니다. 아주 유명한 말씀입니다.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밭은 우리의 마음, 아니 그 너머 무의식 즉, 내면세계입니다. 성경에서 바위와 가시덤불에 씨가 떨어졌다는 것은 생각과 에고의 놀이터인 마음에 떨어진 것이고,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무의식 즉 내면세계에 떨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고 열매 맺기 위해서는 무의식 즉 내면세계에 대한 성찰과 탐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물고기를 잡던 어부들인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에게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 54)하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깊은 곳은 무의식 세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깊은 데로 나가 고기를 잡아라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마음의 심층 즉 무의식을 탐구하라는 명령인 것 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물을 던지자,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혔고, 이어 예수님은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고 하며 그들을 당신의 제자로 삼으십니다. 여기서 물고기는 인간의 영혼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는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는 소명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실재하지만 의식되지 않는 무의식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고 열매 맺기 위해서는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을 자주 벗어야 할 것입니다. 가면은 흔히 그리스어로 페르소나라고 합니다.

어떤 권력자가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선하신 선생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 이때 예수님은 어찌하여 너는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느님 한 분 밖에는 선한 분이 없다”(루카 1818-19)고 대답하십니다. 이 대화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예수님께서 이라는 페르소나 즉 가면을 건네받고 있음을 깨닫고, 그것을 즉시 되돌려 주신 것입니다.예수님은 페르소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페르소나와 동일시하면 영적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간파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다! 너희가 회칠한 무덤과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이 가득하다. 이와 같이 너희도 겉으로는 사람에게 의롭게 보이지만, 속에는 위선과 불법이 가득하다.”(마태2327-28) 여기서 우리는 겉으로 깨끗하게 보이는 회칠한 무덤이 곧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스스로 쓴 페르소나 즉 가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신부라는 가면을 자주 쓰고 있기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라 진정한 자기의 삶을 살고, 하느님 안에서 당당해지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한때 그리스도교인을 박해하는 사람이었으나 다마스커스로 가는 도중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큰 회심 후에 그리스도교의 위대한 사도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을 만나고, 사울이라는 가면을 벗고 진정한 바오로로 태어나는 순간인 것입니다.

그날 이후 바오로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로 가득 찼습니다. 모든 것은 예수 그리스도로 시작되었고, 모든 일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졌고, 모든 날들이 결국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는 기쁨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 220)하고 신앙고백 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하느님 안에서 당당하게 변하고, 그리스도가 자신 안에 사신다고 신앙고백 하는 것은 예수 만남 체험, 즉 내면의 무의식 세계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의식 즉 우리의 내면세계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고, 우리가 쓰고 있는 페르소나 즉 가면을 벗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들으며 10월 편지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외적 인간은 쇠퇴해 가더라도 우리의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집니다. 우리가 지금 겪는 일시적이고 가벼운 환난이 그지없이 크고 영원한 영광을 우리에게 마련해 줍니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가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합니다.” (2코린 416-18)

 

202210월 무의식 안에 계시는 하느님과 함께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