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로의 초대
올 해도 어김없이 대림초에 불을 밝힙니다. 지난간 시간들 속에 녹아있는 아쉬움과 미련을 뒤로 하고 새롭게 의탁하는 지향을 갖추며, 조심스레 첫 불을 놓아봅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대림절은 늘 차분함을 가져다주는 듯합니다. 미처 다 새기지 못하고 분주함 속에 흘려버린 많은 조각들을 다시 주워 담아보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시기적인 때와 맞물려서 우리는 그렇게 다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선물 받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복된 대림의 기간은 소중합니다.
늘 조심하고 깨어 지키라는 가르침 -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는 요한의 등장 - 그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일 뿐이라는 요한의 고백 - 가브리엘 천사의 잉태 예고와 마리아의 순명. 대림 4주 동안 듣게 되는 주일의 복음입니다. 이 말씀에 대한 묵상으로 우리는 구세주의 탄생을 기쁘게 맞이 할 열쇠를 찾게 됩니다. 깨어 있을 수 있는 힘, "주님의 길을 마련하고 그분의 길을 곧게"(마르 1,3)내는 소명을 실천하는 길,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요한 1,27)라는 고백,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라는 천사의 전언에 이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응답. 이 모든 것이 사랑에로의 초대입니다. 나 자신에게서 나와 사랑하는 상대에게로 가는 중심이동이 사랑이기에, 진정한 사랑을 이루고자 하시는 '참 사랑'이신 분의 간절한 초대, 이 초대의 메시지가 대림의 매 하루를 가득 채울 것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우리 자신의 부당함과 부족함들도 사랑이신 천주님께서 안배하여 주실 것입니다. 나의 의지로가 아니라 온전한 천주의 이끄심과 섭리하심으로 우리 안에 구세주 탄생의 열매가 맺어지리라 믿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주님의 명(主命)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고, 주님께서 내리시는 상과 벌(主賞主罰)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박해 또한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니, 여러분은 이를 달게 받고 참으면서 주님을 생각하십시오."
김대건 신부님께서 옥중에서 교우들에게 보낸 마지막 회유문의 문장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박해 상황은 물론이고 모든 어려움과 힘겨운 일상의 상황들도 하느님의 안배하심과 섭리 안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신심을 보이셨습니다. 바로 '천주사랑'(天主)에서 나온 영성입니다. 매사에 사랑하는 '아버지'이신 천주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는, 온전리 자신이 아닌 사랑이신 천주께 의탁하며 뜻을 따르려는 굳건한 신앙을 가지셨던 것이지요. 바로 그 '사랑에로의 초대'에 온몸 바쳐 응하셨던 분, 대림의 메시지를 묵상하며 김대건 신부님을 기억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2021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선포되었습니다. 한국 교회 전체가 기뻐하며 김대건 신부님의 영성에 깊이 다가가는 한 해가 되어야겠습니다. 특별히 희년을 맞아 수원교구가 지정한 순례지 가운데 하나가 우리 남한산성 순교성지입니다. 희년의 뜻을 살고자 하는 다짐으로 우리 성지에 찾아오셔서 기도와 함께 희년의 은사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성탄 인사를 나눌 때까지, 성지에서 여러분 모두를 위하여 특별히 기도하겠습니다.
글 | 김유곤 테오필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