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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성지 신자 글

도움이 되는 사람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8-01 조회수 : 192

어떤 기도를 하고 있을까.

자신이 드리는 기도의 내용을 떠올려 보자. 하느님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달라고 매달리며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는지, 현재의 모습을 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는 있는지.

내가 삼십대 중후반이었을 때였다. 하느님의 하, 만 떠올려도 가슴이 일렁거렸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분리하여 새 구역을 만드신 신부님이 구역을 맡으라고 했다. 달리 할 사람이 없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하필이면 왜 저냐고 되물었다. 신부님의 설득에 어쩔 수 없이 네, 로 응답을 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관심이 전혀 없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상냥하게 말을 붙이지도 못하는 성격이라 걱정이 되었다. 나는 구역을 위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하게 해달라는 기도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임명장을 받고 며칠이 지났다. 초등학생이 급사를 했다는 연락을 받고 안치된 병원으로 신부님을 모시고 갔다. 가족이외의 시신을 마주하지 않은 내가 아이의 주검을 봐야하는 것에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망설일 틈도 없이 아이의 입관예절이 시작되어 인형처럼 쭉 곧은 다리를 보고 말았다. 예절을 끝내고나니 늦은 밤이 되었다. 차에서 내리면 오 분 남짓 걸리는 집을 십오 분이나 지나 도착했다. 늦가을인데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누군가가 나를 붙잡는 것 같아 발짝이 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 본 영화가 떠오른다.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세 청년의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데 주인공들이 실제 일을 겪었던 사람들이었다. 저예산이며 전문연기자가 아닌 사람의 출연은 영화계에서 환영을 받지 못했다. 자신들이 겪은 일을 연기라는 도구로 재연하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세 소년은 학교에서 말썽을 부려 자주 교장실로 불려갔고 이혼한 엄마와 사는 결손가정에서 자랐다. 여러 이유로 한 아이는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 중 한아이의 행동이 내 눈길을 잡았다. 하루종일 말썽을 부렸음에도 잠들기 전엔 꼭 기도를 했다. 용서를 하는 것이 자신이 용서를 받는 것이며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자신을 도구로 써달라는 평범한 기도였다. 누가 봐도 도구가 되기에는 먼 아이였다. 세 아이들은 헤어지면서 성인이 되면 같이 유럽여행을 가기로 약속을 했다. 건장한 청년이 되어 다시 만나 약속대로 여행을 떠났다. 군인이 되어 해외전쟁에 파병 경험을 했던 청년, 평범하게 자란 청년, 공군이 되어 생존구조 요원이 된 청년이었다. 생존구조의 임무를 맡은 공군이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했던 청년이다. 여행의 마지막이 파리였고 암스테르담에서 파리행 기차를 탔다. 승객들 틈에 테러범이 있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테러범은 기차의 화장실에서 각종 무기로 무장을 하고 승객에게 다가갔다. 세 청년은 긴박한 상황을 감지하고 서로 눈짓을 해가며 테러범을 제압하여 많은 인명을 구해냈다. 그 공적이 알려져 프랑스정부에서 훈장을 수여받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테러범과의 충돌로 부상을 입은 세 청년은 고향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하느님은 청년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훌륭한 도구로 만드셨다. 선한 영향력을 실천할 수 있는 성실함을 알아보신 것이다. 자신만을 위한 기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동의 선을 위한 기도다. 살다보면 자신 앞에 펼쳐진 절박함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할 때도 있다. 하느님은 그 힘겨운 과정을 통해 귀한 경험의 기회로 만드시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끄시기도 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사소함 속에서도 의미를 깨닫도록 이끌어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