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에 회보를 통해 수원교구 내 14개 성지를 도보로 순례를 하고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이 여정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수원교구청에서 출발한 이후에 수리산 성지, 손골성지, 남한산성성지, 구산성지까지 이어졌고, 이번 달에는 양근성지를 향하게 됩니다. 한달에 한번 신부와 신자... 보통은 3명, 가끔은 4명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참 좋은 여정임을 매번 실감하고, 감사하고 있고, 약간의 감동도 있지요.
지난 7월에는 팔당역에서 양수리 성당까지 걸었습니다. 팔당댐의 열린 수문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댐 밖으로 나오는 시원한 모습도 덤으로 보면서 걸었습니다.
도보순례를 하면서 성지와 성지가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체성을 가지면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특별히 한국교회의 성지들은 순교라는 큰 주제 안에 서로 연결되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순교자가 태어난 성지, 순교자가 살았던 성지, 순교자가 잠시 은신했던 성지, 순교자가 잡히셨던 성지, 순교자가 순교한 성지...
전국에 160여개의 성지가 있다고 하지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발행한 성지 순례 책자를 들고 전국의 성지를 순례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분들이 성지를 순례하면서 성지들이 이어지고 연결이 되는 구나.. 하시면서 성지순례의 공동체성을 느끼시면 좋겠다.. 싶습니다.
미사를 드리면서 이따금 순례를 오신 신자분들에게 질문을 하곤 합니다. 어떻게 단내 성가정 성지에 오게 되었는지를 여쭈어 보지요... 답은 거의 정해져 있더라구요... 성가정 성지라 해서 가정을 위해서 기도하기 위해 왔다고 하시지요... 성지에 오시는 큰 이유가 되는 것이라 말씀드리고, 몇마디 덧붙이게 되더라구요... 다음에 성지를 가시려고 할 때, 선택의 기준은 전에 다녀온 단내 성가정 성지와 연관이 있는 성지가 어디일까?를 떠올리시고, 이에 부합하는 성지를 찾아가셨으면 합니다. 하지요..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성지는 남한산성 성지라는 말씀도 드리지요... 성지에서 현양하는 하느님의 종 정은 바오로와 정양묵 베드로 순교자가 그리로 끌려가서 순교하셨기 때문이지요. 두 성지가 이렇게 연결되는구나...를 확인할 수 있다면, 개별 성지에서 일단락되는 순례에서 성지 간에 이어지는 끈끈함을 느낄 수 있는 순례가 되지 않을까하네요. 그럼 남한산성 성지는 어느 성지와 연결이 될까요?.. 그곳 성지신부님께 질문해 보세요. 단내 성가정 성지와 구산성지도 답중에 있을 것 같네요...
누군가 말했다고 하지요. 성지를 순례하는 것은 지상에서 천국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이렇다면 성지순례는 천국이라는 종착지에 도착하기 위해 거쳐야하는 여러 정거장을 가보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네요.
무덥습니다. 건강에 유념하시면서 기도의 끈을 꼭 잡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