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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골성지 신부님 글

+그리스도 우리의 빛!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6-01 조회수 : 178

나날이 온기가 더해져가는 때입니다. 그와 함께 우리의 행장도 가벼워집니다. 그렇듯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사랑으로 자신 안에 신비로운 따스함을 더 많이 지니시길, 또 그 은총으로 우리를 짓누르는 모든 것들로부터 더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시길 기도합니다.

 

가끔 사람들로부터 열심히 기도하는 데도 답을 찾지 못하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푸념을 듣게 됩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많은 이들이 하느님을 자신의 힘과 위안을 얻는 원천으로 체험하지 못하고 밑 빠진 독으로 경험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우리에게 도리 신부님은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이 지상에서 신자들이 힘과 위안을 얻는 것은 기도와 하느님에 대한 사랑 안에서입니다. 우리는 매일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간구해야 합니다.’

 

이러한 도리 신부님의 권고는 상투적인 위로, 원론적인 가르침 같지만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저도 하느님을 밑 빠진 독으로 경험했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하느님께 많은 것을 묻고 또 찾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분께서는 저를 외면하시는 것 마냥,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으셨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저를 지치고 조바심 나게 했습니다. 그래서 더 간절하게 기도했지만 침묵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 그쯤 되니 이제 그만 하자.’는 마음 밖에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 마음에 따라 다 포기하려던 순간, 갑자기 그래, 근데 그만 하기 전에 일단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들어나 보자.’하는 알 수 없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무 것도 청하거나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신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습니다. 그저 같은 침묵이 계속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이에 크게 낙담한 저는 마음을 완전히 접어버렸습니다. 이쯤까지 읽으셨으면, 아마 그런데 어떻게 이 사람이 신부가 돼서 지금까지 살고 있지?’하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 후로 저에게 재밌는 일이 생겨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로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못 보고 지나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법과 길들이 떠오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그동안의 물음과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희망은 저를 다시 돌아가게 했고 그 침묵 안에 더 오래 머물게 했습니다. 그 침묵이 자신을 따스하게 위로해주며, 새롭게 하는 사랑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말입니다. 제가 그토록 찾던 것이 침묵을 통해 드러나고 전해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그 침묵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여러분도 하느님께서 밑 빠진 독이 아니라 사랑과 은총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체험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사실 밑 빠진 독은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완전하신 하느님이 아닌 허점이 많은 자신을 추구하기 때문에 채우지 못하고 자꾸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때문에 하느님을 자신의 원천으로 삼는다면, 더 이상 침묵을 무서운 부재로 느끼지 않고 자신의 빈 마음과 영혼을 채우는 충만한 사랑으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던 것들을 깨닫고 자신을 구원하는 길을 발견하게 되어 자신을 짓누르던 모든 걱정과 근심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유 안에서, 또 그 자유를 위해, 세상과 걱정과 근심이 시키는 일 대신 하느님의 뜻과 계획을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언제나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지극한 사랑에 부족한 자신을 합하도록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위로와 힘을 주시는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자신에서도 이루어지게 합시다.

 

새롭게 시작된 예수 성심 성월은 우리가 어디로 뛰어들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합니다. 예수님의 성심은 모든 것을 품고 우리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함께 믿음으로 이 초대에 충실히 응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잃는 일 없이 하느님의 위로와 기쁨, 평화와 자유의 충만함을 누렸으면 합니다. 또 행복하십시오.

 

손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