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 살면서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도구들을 사용하곤 합니다. 예초기, 전지톱, 낙엽 등을 날려버리는 송풍기... 가끔하기에 몸에도 마음에도 무리 없이 편히 사용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말 힘든 도구를 짊어졌습니다. 질통입니다. 이것이 뭔지 아시는지요?
철물점에서 지금도 판매가 되는 것을 보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맞는데, 저는 보기만 했지, 사용해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모래나 자갈 등을 옮길 때, 쓰는 것이지요. 이러한 질통을 지고 나르는 것은 요즘에는 아마도 이른바 막노동을 하는 분들도 잘 안하려고 하는 엄청 힘이 드는 고된 노동이 아닐까 합니다.
확인되시는지 모르겠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길을 일명 콩자갈이라는 것으로 깔기 위해 질통을 사용한 것입니다. - 사진은 콩자갈을 다 깔고 기념으로 찍은 것입니다.- 구입한 콩자갈을 질통으로 날라 원하는 장소까지 짊어지고 올라가서 땅에 뿌리는 것이지요.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면, 야외 십자가의 길을 할 때 밟게 되는 땅이 패이고, 패여서, 척박해지고 있기에, 어찌할까? 고민했습니다. 잔디를 입힐까? 야자 매트를 깔까?... 그러던 중에 동창신부가 툭 던지는 말이 콩자갈 깔아봐... 해서 시작을 했는데, 무릎도 아프고, 어깨도 시뻘게지고...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이틀 정도 직원분과 하다가 안되겠다...싶어서 사진속의 형제님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천본당 형제회 모임인 베드로회 회원분들이십니다.
주일에 개인 일정을 미루고 성지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저와 통화한 형제님이 질통 짊어지는 봉사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그냥 성지에 봉사하러 가자고 해서 왔는데, 그분들도 평생 한번도 안해본 것을 하라고 하니, 몇 번 질통을 짊어진 형제님들의 얼굴을 보니, 참으로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위로 올라가지 말고, 밑으로 내려오면 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트렉터를 생각해냈고, 그것을 이용해서 위쪽으로-계단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콩자갈을 운반하고, 거기에서 질통을 사용해서 내려오니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편했습니다. 그래도... 힘들었습니다.
생색을 내기위해서 구구절절 쓰고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맞습니다. 그러면서 몸으로 느꼈습니다. 힘든데, 함께 하니 좋고, 신까지 나더라는 것입니다. 3주에 걸쳐 함께해서, 30톤의 콩자갈을 두툼하게 흙 위에 덮었습니다. 정말 힘들었는데, 참으로 기분좋게 질통을 짊어졌습니다.
힘들고, 평생 해보지 않았던 일을 기쁘게 해주신 베드로회 형제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기쁘게 무릎도 아프고, 시원하게 땀도 흘리고, 웃으면서 뻘게진 어깨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면서 기쁘게 신나게 할 수 있으면, 그것은 행복일 것입니다. 사진 속에 형제님들 덕분에 그럴 수 있었습니다. 분명히 힘든데, 내색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봉사할 수 있어서 더 감사하다면서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질통을 짊어지신 형제님들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