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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빛과 어둠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5-01 조회수 : 230

  훈훈한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부활의 소식이 전해지고도 수주가 지났습니다. 다시금 우리에게 주어진 부활의 신비를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삶에서 찾아나가며 부활하신 분을 만나고 체험하는 나날들을 잘 보내고 계신지요. 새롭게 시작된 성모님의 달 동안 우리는 온전히 부활의 한 층 깊은 곳으로 초대받게 됩니다. 주님 승천과 성령 강림으로 완성될 부활의 신비 속에서 믿음을 굳건히 갖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 가시길 바랍니다.

  어둠 속을 비추는 홀로 참 빛이신 분의 부활은 “기뻐하여라!” 하는 메시지로 선포되었지만, “그들이 보니 무덤에서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 예수님의 시신이 없었다.”(루카 24,2-3) 라는 무언가 명확하지 않은 ‘빈 무덤’의 표징으로만 제시됩니다. 당연하게도 여인들과 제자들은,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아하게 되고 그럴수록 불안하고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 불안과 두려움은 인간적인 실망과 낙담을 더 크고 견고하게 만드는 가 봅니다. 부활하신 분의 발현이 이어졌지만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할 이들은 더욱 흔들리게 됩니다. “평안하냐?”(마태 28,9)라는 예수님의 인사도,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하시는 축복에도 어쩌지 못하는 한계들도 있는 듯합니다. 부활시기의 첫째 주간에 주로 들었던 복음의 내용들이기도 하지만, 인생살이의 현실판 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하신지요.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요한 3,19.21)

  부활의 촛불이 상징하듯이, 어둠을 밝히는 영롱한 빛이신 분께서 그 빛을 드러내십니다. 그런데 비추어짐으로 드러나는 어둠은 생각보다 짙고 무겁기도 합니다. 그래서 빛으로 비추임 받는 것이 그 자체로 두려울 만큼이나 버거울 때도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죄의 중함을 말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죄 중에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겪게 되는 삶의 피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참된 진리이신 분으로 말미암아 그 감추어진 뜻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우리를 그렇게 버겁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지요. 이같이 삶의 어둠은 우리의 행위에서 오기도 하지만, 그저 우리에게 주어지기도 합니다. 그러한 어둠이 바로 우리의 실망과 낙담을 더 크고 견고하게 만들어, 빛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구실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지만 지금도 어쩌면 여전한 그 무게로 힘들어 하는 이들이 있음을 우리는 스스로에게서, 그리고 우리 이웃들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참으로 빛으로 나아가 부활의 신비를 깨닫기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을 배 안으로 모셔 들이려 하는데,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요한 6,20-21)

  혼돈함의 끝에서 당신께로 향한 신뢰를 갖출 것을 당부하시는 주님. 비추시는 그 분을 받아들이려 할 때 우리는 어느새 목적지에 닿아 있을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그 분의 말씀은 어둠이 짙을수록 더 큰 의미를 발휘합니다.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과 상처는 우리를 부활에 닿게 하는 도구가 되어줍니다. 그것이 바로 십자 나무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었음을 부활의 한 가운데에서 다시 기억해봅니다. 특별히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후원회원 여러분 모두 깊어가는 부활 시기 안에서 성모 어머님의 전구하심에 포근히 의탁하시며 평안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